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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을 먹었다.

 

꽤 오랫동안 감기로 고생중인데

며칠 전부턴 콧물감기라 완전 바보 멍청이가 된 기분이다.

그렇게 한동안 고생중인데, 뜬금없이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은 거다.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게 너무 먹고 싶다는 건

내 몸이 지금 그걸 원한다는 거니깐 꼭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 잘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니깐.


암튼, 껍질까지 있는 거, 그러니깐 엄밀히 말해 삼겹살이 아니라 오겹살이라고 하나?

그걸 사서 먹었다.

너무  조금 사서 이것만 먹곤 배가 안 찰까봐 밥까지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삼겹살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정도였다.


일단은 살을 아주 두툼하게 잘라서 씹는 즐거움이 있었고,

거의 튀겨지듯 해서 크리스피한 게 환상적으로 맛있는 거다.


상전벽해까지는 아니라도 정말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이었는데,
"진짜로" 맛있게 먹었다.

 

기름지게 먹었으니 감기도 뚝 떨어지겠지, 하는 기대감마저 들었다.
그 정도로 아주 흐뭇하게 먹었다.

심지어 이건 냉동 삼겹살도 아니고 생삼겹살이었다.

 

그거 가지고 뭐 그리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지만,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그냥 삼겹살도 아닌, 생삽결, 껍질까지 있는 생오겹살은 먹는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동화처럼 행복한 결말이었을텐데,
문제는 너무 느끼하다는 거다.

먹을 땐 몰랐는데, 먹고 나서 계속 커피를 찾게 된다.
결국 커피를 석 잔이나 마셨다.


원래 계획은 밥 든든히 먹고

독한 감기약 먹고

죽은 듯이 자는 거였는데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해서 약도 못 먹고 자겠다.


그래서 결국 잠올 때까지 책이나 읽기로 계획을 바꿨다.
뜻하지 않은 플랜 B인 셈이지만

불금을 보내는 방법으로 나쁘지 않다. 


그나저나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에 도착한

계간 문학동네 봄호랑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를 가지고 왔다.

 

겨울에 당도한 봄이라니...!

계절이 세 번 바뀌고야 겨우 내 품에 도착한 아이들이지만

그래서 더 반갑다.
또 다른 봄이 오기 전 도착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게 세번째 내린 커피를 마시며

계간 창작과비평에 수록된 시들부터 읽고 있는데
장수진의 시가 두 편 수록되어 있다.

(이번에 나온 이 시인의 첫 시집에 대한 칭찬을 몇몇 사람들에게 들어서

시에 대해 궁금해서 제일 먼저 찾았다.

읽고 싶었으니깐.)

 

어, 거기다가 제일 먼저 눈에 띈 게 '사랑은 우르르 꿀꿀'

대표시라고 생각하는 시의 제목으로 시집 제목을 짓는 게 정석처럼 여겨졌는데(그러니 '표제시'라는 말도 생긴거겠지)
요즘은 시의 한 부분을 떼와 시집 제목으로 삼는 게 유행인가 보다.
아니, '유행'이란 표현은 싫어하려나?
암튼 그쪽을 선호하는 시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인가 보다.

 

참고로 장수진의 첫 시집인 <사랑은 우르르 꿀꿀>은
'힌트는 마녀'라는 시의 한  부분이다.

 

반갑다.

사실 이 시집도 지금 열심히 태평양을 건너오는 중이니
빠르면 올해 안엔 내 품에 올 것이다.

 

지나치게 예민하다 할 정도로 스포일링을 싫어하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사실 나는 내용을 알고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시도 마찬가지다.

아무 정도 없이 마냥 기다리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두 편의 시를 읽고 나니

전체로서의 이 시인의 시집이 더 궁금해졌다.

 

일종의 에피타이저 역할이랄까?

곧 도착할 메인요리를 즐겁게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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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힌트는 마녀

     

    장수진

     

    여어, 웅크리고 잠드는 자여

    키보다 작은 침대의
    주인이여

    나를 기억하겠나?

    4대 비극을 겨드랑이에
    끼고 거드름을 피우며

    시장에서 그 구닥다리
    구두를 살 때였지

    주인 몰래 날 슬쩍

     

    제발 내 인중에서 이
    수염 좀 떼주게

    난 인

    2017.12.09 16:04 댓글쓰기
  •  

    6백 년 전의 기도

     

    장수진

     

    오후의 공원에서

    미지근한 빵을 먹으면 이내 분명해지는 것

     

    살아 있다는 화사한 공포

     

    분수대 안에서

    동전을 던지며 첨벙첨벙 뛰노는 아이들

    엄마는 저만치, 할머니는 무덤가에

     

    2018.01.24 14:18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