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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갑자기 가을날씨가 됐다. 어제와 오늘의 최고 온도가 여름철 밤 평균 10시의 온도보다 낮다!
희소식은 앞으로 열흘간 쭉 이럴 예정. (일기예보가 열흘 뒤까지밖에 안 돼서 그렇다는 건데, 앞으로도 쭉 이랬으면 좋겠다. 인디언 써머 오기까지 그냥 이렇게 얌전히 가을로 진입하길 바라는 마음).

 
날씨가 선선해지니 환생한 듯 몸도 마음도 가볍고 사람이 막 긍정적이 된다.

 

여름엔 보통 8시 넘어서까지 더워서 당최 텃밭에 나갈 생각을 못 했는데 (그래서 물도 9시쯤 줬다),

날씨가 좋아서 간만에 텃밭에 나갔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올해는 오이만 빼고 모든 작물이 다 풍년인데, 포도도 예외가 아니다. 대풍!

 

우연히 한국 사람이 주인인 널서리에 갔는데, 한국 포도나무라며 소개를 해줘서 가져왔다.

(미국 과일들은 죄다 맛이 없는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가 보다. 한국 포도 나무 묘종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하도 많이 받아서 널서리에 갖다 놓았다고 했었으니깐.)
이 집에 이사한 그 해에 사서 화분에 심었는데, 첫해는 별로, 작년엔 그럭저럭이었는데

올해는 한... 50송이 정도는 달린 듯 하다.

송이가 많기도 하지만, 알도 어찌나 굵은지... 더군다나 진짜로 사서 먹는 것처럼 당도도 높다.

새벽에 물주면서 열알씩 따와서 과일들과 함께 아침으로 먹는데, 한국 포도라 맛이 환상이다!

매일 아침 한국을 먹으며, 하루를 살 힘을 충전하는 기분.

 

 

해는 고추 농사도 풍년이다.

첫 해엔 여름까지도 잎만 무성하다가 가을 되면서부터 고추가 달리기 시작했고,

작년엔 잘 되긴 했지만 많이 열리진 않았는데

올해는 늦봄에서 초여름부터 고추가 열리기 시작하더니 여름 내내 다산하고 있다.

 

 

어제 한... 100개 넘게 고추를 땄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주렁주렁이다.

 

모종을 딱 여덟 개만 만들었는데, 여기서 나는 고추들을 모두 감당하기 힘들 정도.

 

여름엔 비빔국수할 때나 냉국할 때, 부침개 할 때 등등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따서 먹었고...

기온이 32도(섭씨 0도) 이하로 떨어지면 고추가 어는데, 그 이후론 상하기 시작해서

그 전에 모두 따서 일부분은 말리고 일부분은 냉동고에 넣어둘 예정이다.

 

 

 

얼마 전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깻잎 사진이 올라왔다.

그걸 보고야 우리 깻잎들도 기록으로 남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첫 해는 모종을 얻어다 심었고, 작년에도 모종을 얻어 심고 자연 발아된 것들 중 일부만 키웠는데

올해는 자연발아된 애들을 모두 다 키웠더니 작년처럼 키가 쑥쑥 자라지는 못 하지만 (자기들끼리도 경쟁을 해야 할테니)

그래도 빽빽한 머리숱처럼 풍성하게 깻잎 숲을 이뤘다.

 

 

많이 수확하기 위해서는 솎아줘야 한다지만, 나는 효율성을 목적으로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애들은 모두 키우려고 한다.

 

오늘 깻잎 200장을 땄다. 깻잎 장아찌를 할 예정.

 

가을 수확 때 딴 애들로는 된장 넣고 장아찌를 할 예정이다. 겨울 반찬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

 

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가 깻잎을 먹는 건 들깨다.

그러니깐 이 씨를 짠 게 들기름.

들기름은 건강해지는 맛이라 좋아해서, 올핸ㄴ 새 눈물만큼이라도 들기름을 짜볼까도 생각 중. ^^;

 

 

 

이사온 해에 심은 레몬나무.

작년엔 달걀 만한 열매를 몇 개 맺고 말더니

올해는 성인 남자 주먹만한 레몬들이 꽤 많이 열렸다.

 

재밌는 건 들깨 씨가 바람에 날려 갔는지 레몬나무 밑에서 들깨 나무(?)가 하나 자라고 있는데,

얘는 경쟁자가 없어서인지 키가 엄청 크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 정도?

당연히 깻잎들도 엄청 크다. 내 손바닥보다 큰 깻잎들을 이 나무(?)에서만 30장 정도 땄다.

아주 실하다는 거다. ^^

 

공존하는 사이. 참 보기 좋다.

 

 

늙은호박이 면역성을 높여준다고 해서 겨울마다 늙은호박을 달여서 먹는다.

호박만도 달이고, 생강이나 인삼, 대추 같은 걸 같이 넣고 달여먹기도 하는데 (심지어 이거 하려고 약탕기도 구입했다),

그래서 올해 야심차게 준비한 게 호박 농사였다.

 

작년에 먹었던 호박 속에 있던 씨 몇 개를 모아 싹을 틔워 심었는데

어찌나 잘 자라는지 올 겨울엔 호박마차 타고 하늘로 승천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이제 겨우 늦여름인데 벌써 늙은호박이 된 녀석들도 꽤 된다.

 

아, 든든해. 올 겨울 날 준비를 벌써부터 하고 있다.

 

여름이라 덥다고 포스팅을 많이 못 했을 뿐, 텃밭의 아이들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그 무더위에도 무럭무럭 자랐다.

그것만이 오직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인 것처럼.

 

참 고맙고 뿌듯하다.

 

매해 농사가 똑같은 것 같지만,

삼년 째 지으며 내린 결론은 매해 다 다르다는 거.

내년의 작물들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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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로 3년째 농사를 짓고 있지만부추꽃은 처음이다. 그게... 말하자면 게을러야만 볼 수 있는 게부추꽃이기 때문이다. 평소엔 부추가 어느 저도 자라면 잘라서 부침개도 해먹고오이랑 같이 소박이도 만들고 그러니깐부추꽃을 볼 새가 없었는데 한동안 좀 아프기도 했거니와이번 주 월요일이 레이버데이라지난 주말부터 롱위켄드였는데사람

    2018.09.15 12:1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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