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몸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목이랑 어깨가 딱딱하게 굳고 숙면을 취하지 못해 늘 피곤한 상태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10월 한달 간 온갖 노력을 다 했는데도 별로 나아지지가 않았다. 하긴... 원인은 그대로인데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스트레스를 계속 받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암튼, 이러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말마다 숲에 가기도 하고, 무릎이 나가도록 달리기도 하고, 폭풍 쇼핑을 하기도 했는데 그 어느 것도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

그러다 간만에 서점엘 갔다. 실컷 책 구경을 하고, 작정하지 않았으나 관심 분야이거나 내 관심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책들을 발견해서 기쁜 마음에 책을 구입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이라는 책에 대해서는 서점 직원과 폭풍 수다를 떨었는데(기본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말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오랜만에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니 그것만으로도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역시 책만한 게 없다.

책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 확실히 "예"라고 대답은 못 하겠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처럼 술이나 담배로 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책만큼 좋은 피난처도 없는 것 같다. 술이나 담배는 몸을 망가뜨리지만 책은 몸도 마음도 소생시킨다는 것도 책이 가진 미덕이다.

 

사실 이런 기쁨은 온라인 서점에선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물론 온라인 서점에서도 기존에 내가 구입한 책들의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책을 추천해주기는 하지만, 그건 그야 말로 내가 구입한 책들을 기반으로 하는 거기 때문에 어떤 우연에 의거한 그야말로 '발견한 듯한 기쁨'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는 만남, 그로 인한 기쁨은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누군가가 소개해주는 책이 아니라 내가 서점이라는 숲을 마냥 거닐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책들. 이런 책이 주는 기쁨이 너무나 크기에 오프라인 서점을 가게 된다. 누구도 주지 못하는 기쁨과 즐거움이 거기에 있다.

 

The collected and recollected Marc (edited by Mark Amory; with an introduction by Craig Brown (First Edition)

 

책 표지에 크게 'Marc'라고만 되어 있어서 맨 처음엔 샤갈을 떠올렸고 그 다음엔 독일의 화가 프란츠 마르크의 화집인가 싶었는데, 둘 다 아니다.

책 날개를 보고야 알았는데 이 책은 Mark Boxer라고 1931년에 출생해서 1988년에 작고한 Cartoonist의 인물화들을 모은 화집이다. 만화가답게 대개의 인물화들이 캐리커쳐처럼 각 인물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간결한 선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들이 National Portrait Gallery에 소장되어 있는 걸 보면 나름 유명한 사람인가 보다.

덕분에 새로운 인물을 알게 된 것도 기뻤지만 'National Portrait Gallery'라는 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재작년부터인가 여성 작가들이 그린 자화상에 꽂혀 있는데,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이 갤러리에 가서 원화들을 직접 보고, 작가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했는지 작가들의 아이덴티티를 눈여겨 보고 싶다.


James Joyce's Dublin: A Topographical Guide to the Dublin of Ulysses (by Ian Gunn and Clive Hart)

 

이런 책이 실제로 나와 있다니 얼마나 반갑고 기쁜 일인가. 작가를 사랑하는, 작품을 향유하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 아닐까?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문학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율리시스>를 통해 제임스 조이스와 더블린을 고찰하는 책인데, 단순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인문학적 스터디다.

대개의 도시들이 그렇듯 더블린도 제임스 조이스가 살았을 당시와 상당 부분 달라졌지만, 100장 이상의 지도와 사진을 통해 그당시의 더블린을 최대한 복원해냈다. 

<율리시스>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안내서일 수도 있겠고,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클 것 같다.

한국문인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가지고도 이런 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근대 서울과 문학작품에 관련한 책들은 이미 꽤 나온 걸로 알지만, 특정 작가나 특정 작품으로 한정해 시리즈물로 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어느 작가의 서울, 어느 작가의 통영, 뭐 이런 식으로.

 


In the Name of the Son: The Life of Jesus in Art, from the Nativity to the Passion (by Vittorio Sgarbi)

중세시대에 그려진 소위 '성화'라는 것들은 구약과 성경의 많은 스토리들을 그림으로 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예수와 관련된 그림들이 가장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14세기 초 중세 고딕의 마지막과 르네상스의 시작에 이르는 시기에 활동했던 이탈리아의 화가 지오토(Giotto)부터 17세기에 활동했던 카라바조(Caravaggio)에 이르기까지 많은 화가들이 그린 예수의 그림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러한 성화 작품들을 예수의 'visual biography'로 규정하여 예수의 인생을 조명하고 있다.

흔히 '삼위일체'라고 할 때 아버지 하나님, 아들 예수, 그리고 성령을 말하는데 이 책은 성자 예수, 즉 사람의 아들(흔히 인자라고 하는)이 된 예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여러 세대를 거쳐 다양한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통해 하고 있다는 점이 유니크하다.

 

Artists' Self-Portraits (by Omar Calabrese and Marguerite Shore)

 

이번에 구입한 책들 중 가장 먼저 발견한 책이자, 가장 비싼 책이기도 하다.

 

위에서 다른 책을 소개하며 잠깐 언급했듯이, 재작년부터인가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여성 화가들이 그린 자화상이다. 이와 관련된 책들과 작품들을 꾸준히 살펴보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 이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자화상'은 화가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화가의 아이덴티티라고 볼 때, 여성 화가들이 그린 자화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살았던 시대나 지역,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이런 걸 다 떠나서 자화상만이 주는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책의 표지에 실린 자화상의 응시하는 시선만 해도 그렇다. 자화상으로 유명했던 프랑스의 화가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 (Elisabeth Vigee-Lebrun, 1755~1842)의 작품인데 매우 우아한 작품이다.

요즘엔 화집들도 중국에서 프린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프랑스에서 프린트했다. 원화들을 모두 직접 본 게 아니라 정확하게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프린트의 상태는 상당히 좋다.


Photomosaics (by Robert Silvers and Michael Hawley)

 

랩핑이 되어 있어 아직 책내용을 보지는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사진들로 만든 모자이크 작품을 좋아하는지라 고민 없이 구입했다. 예술적으로 상당히 높은 경지에 이른 여러 작품들을 보았던지라 이 작품들도 궁금하긴 한데, 랩핑이 된 책들은 어쩐지 뜯기가 아까워서... 딜레마랄까.

Robert Silvers는 포토모자이크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 사람의 작품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감상이 가능하다. 궁금하다면 온라인으로 먼저 입문하는 것도 좋겠다. 이 사람의 몇몇 작품들은 직소퍼즐로도 나와 있는데, 포토 모자이크라서 나름 고난이도라고 할 수 있다. 자신 있다면 그렇게 시작하는 것도 꽤나 인상적인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추천하진 않는다. ^^;)


World Poetry: An Anthology of Verse from Antiquity to Our Time (by Clifton Fadiman and John S. Major)

읽으려고 따로 꺼내 놔서 위의 사진 속엔 이 책이 없는데, 이 책도 발견하고 상당히 반가웠다. 고대 이집트부터 20세기까지 모든 시대와 모든 대륙을 다 섭렵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책 제목에 'World'를 붙였나보다.

그러나 영미권에서 나오는 책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실제로 모든 나라들의 시들을 다 망라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 점은 감안하고 봐야 하겠지만, 1376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1600여편의 시를 싣고 있으니 실로 엄청난 책이라고 할 만하다.

Rilke나 Yeats, Emily Dickinson나 Garcia Lorca, Derek Walcott, Seamus Heaney 등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유명한 시부터 중국의 한시 등도 수록되어 있다.

 

할로윈이 지나면 여름 시간도 끝날 텐데, 밤이 길어지면 이 책에 실린 시들을 한 편씩 야곰야곰 읽어볼 계획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가만 있어 보자.... 음... 내가 꽤 여러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캘리포니아 도서관에는 '링크플러스'라는 시스템이 있다. 캘리포니아가 대한민국 면적의 4배 정도로 큰데,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온라인으로 빌릴 수 있는 제도다. 온라인으로 해당 책을 신청하면 그 책을 갖고 있는

    2018.10.23 06:54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