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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가만 있어 보자.... 음... 내가 꽤 여러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캘리포니아 도서관에는 '링크플러스'라는 시스템이 있다. 캘리포니아가 대한민국 면적의 4배 정도로 큰데,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온라인으로 빌릴 수 있는 제도다. 온라인으로 해당 책을 신청하면 그 책을 갖고 있는 도서관에서 내가 지정한 도서관으로 책을 보내준다. 3주 동안 대출할 수 있고 1회까지 연장 가능해서 총 6주 간 빌릴 수 있다.

내가 사는 이 지역에 맨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 인근엔 한국 책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이 없었다. 젊은 도서관 사서 한 명이 자기가 대신 사과하겠다면서 대신 링크플러스를 알려줬다.

이 지역에 이사온지 만 3년이 넘어가는데 링크플러스를 이용해서 한국에서 출간된 책들을 꽤 많이 빌려 읽었다. 

그런데 기존에 내가 이용하던 도서관 브랜치가 리모델링 때문에 한 달 간 문을 닫아서, 그동안은 다른 브랜치로 가야 하는데, 링크플러스로 빌린 책을 가지러 오늘 처음 간 브랜치에서 또 다른 도서관 서비스를 알게 됐다.


이번에도 젊은 도서관 사서가 알려줬다. 대학을 갓 졸업한 아주아주 젊고 명랑한 (어쩐지 K-Pop을 사랑할 것 같은) 여성 사서가 혹시 'Zip Books'를 아냐고 물었다. 내가 모른다고 하니깐 자기가 쓰는 컴퓨터의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직접 시연해가며 서비스 이용 방법을 설명해줬다. 

 

이 서비스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아마존을 통해 주문해서 우리집으로 배송이 오는 거란다. 그러면 내가 읽고 싶을 만큼 읽다가(기한은 무한정)
또 다른 책을 신청하고 싶으면 그때 도서관에 리턴을 하면 된단다. 한 달에 세 권까지 가능. 캘리포니아의 모든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서비스인데 그랜트가 한정되어 있어 1년 반 동안만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책 뿐 아니라 DVD랑 큰 글자 책도 대상에 포함되는데 단, 한 아이템당 35불까지만 가능하다.


이거 정말 멋지지 않나? 읽고 싶은 책 신청이야 도서관에 하면 그만이지만 그보다 진일보했다. (하긴 아마존과 협업이나 모종의 계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걸 수도 있겠지만). 신청한 책을 집에서 받고 무한정 볼 수 있으니깐.
암튼, 그래서 한국책들을 최대한 많이 도서관에 들여놓는 걸 목표로 삼기로 했다. 아마존에서도 소위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한국책들(가령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나 한강의 <채식주의자>같은)을 팔기는 하는데 책들이 아주 한정적이어서, 영어로 번역된 한국 작품들을 신청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최대한 많은 미국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방법일 듯해서 그 편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된 한국 시들을 검색했는데, 제일 먼저 찾은 게 김경주의 시집이다. <I Am A Season That Does Not Exist In The World>.

김경주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해서, Zip Books의 첫 신청 책은 이 시집으로 결정하고 바로 신청했다. (결단 뿐 아니라 행동도 빠른 게 나의 최대 장점이다. ^^)

 

 

책 소개를 보니 'Asian & Asian American Studies'의 일환으로 꾸준히 시집들을 번역하는 듯하다. 이 시집을 번역한 사람은 'Jake Levine'인데 한국에서도 이런 저런 장학금을 많이 받고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단다. 번역 특히 시 번역은 번역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 하는 사람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미 김경주와 협업(?)한 결과물들이 꽤 많다. 본인 스스로 시인이기도 한데, 한국 시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나보다. 한국에서 낭독회 같은 것도 하는 듯하다. (낭독회를 직접 가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가령 김경주의 시를 읽고, 그 시를 영역한 영역시를 함께 읽는 형식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암튼 김경주와도 꾸준히 함께 작업을 하는 것 같은데 아래의 링크도 그 중 하나.다 김경주이니깐 가능했을 작업처럼 보이는데, 이런 작업을 함께 할 사람이 있다니 시인으로서의 김경주도 극작가로서의 김경주만큼이나 행운아란 생각이 든다. 시인으로서든 극작가로서든 자기 세계가 확고하고 가려는 길이 분명하니 함께 하고 지지하는 동지들도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1571

해당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위의 사진 밑에 두 시인이 각각 한글과 영어로 쓴 시가 게재되어 있다.

 

언어와 사진을 통한 복합예술이라고 할까. 이런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은 늘 지지한다.

 

딱히 새로울 것도 없고, 매일매일이 똑같고, 심지어 자주 몸도 아파서 낙이 없었는데, 한동안은 이 사람이 지금까지 한 작업들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아리랑TV에서 인터뷰한 것도 있는데 일단은 그걸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링크플러스에 이어 집북까지... 한국 문학 작품 알리기, 캘리포니아에 최대한 많은 한국책들이 살게 하려는 나의 노력은 쭉 이어진다. 뭔가 지속적으로, 열심히 하고 싶은 게 생겨서 다행이다.


한국에서 오는 책소포가 없다는 것도 삶이 우울해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는데, 내가 원하는 책이 나에게 오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들뜨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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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을 돌려보내기 전에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 게리츄얼이 되었다. 책등이 보이게, 그러니깐책 제목을 식별할 수 있게 찍는 게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인증샷(?)이 되겠지만내 경우에는어느 도서관에서 온 책인지 알 수 있게책머리를 찍은 사진이 더 애착이 간다. '링크 플러스'라는 제도를 몰랐다면결코 만날 수 없었던 책

    2018.12.06 08:4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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