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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산불이라는 파라다이스 화재의 여파가 계속 됐다.

80마일이면 거의 1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건데, 거의 열흘 가량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꽤나 심각했다.

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처럼 연기가 자욱했고, 매캐한 연기 냄새 때문에 상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시각적인 것이나 후각적인 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초미세먼지다.
화재로 인해 발생한 연기에는 초미세먼지가 많이 포함되어 있단다. 이 초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출입이 어려울 정도였다.
사람들은 아예 바깥 출입을 자제하거나 혹시나 외출을 할 일이 있으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일기예보 때도 공기의 퀄리티에 대해 빠뜨리지 않고 알려주고, 심지어 몇몇 직장에서는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키기까지 했다.

 

총기사고로 수십 명의 희생자들이 생겨도 동요조차 않던 사람들까지도 심각성을 느낄 정도다.
각 소방서마다 꽤 많은 마스크를 지급했는데 이내 동이 났을 정도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총기사고는 '나한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자기 최면을 거는 게 가능하지만
공기 오염은 그게 불가능하니깐,
어떤 면에서는 모두에게 공평한 이쪽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재앙이 되는 거다.

다행스럽게도 땡스기빙 데이 연휴인 목, 금, 토요일 내내 비가 왔다. 
덕분에 불길도 거의 다 잡히고 공기도 상당히 좋아졌다.


원래 캘리포니아는 가을부터 우기가 시작되어 겨울 내내 지겨울 정도로 비가 내리는데,

이번 가을은 어쩐 일인지 가물었다.

비만 왔어도 화재의 피해가 이렇게까지 크진 않았을텐데.

 

비가 와서 산불이 진화된 건 다행인데,

이 겨울에 가족과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역 교회들이 이재민들에게 쉘터를 마련하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마련한다고 해서

그 지역 교회에 도네이션을 했다.

 

땡스기빙 데이 연휴 전체를 그 지역에 가서 봉사하는데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엘에이에 살 때는 출근길에 항상 꽤 큰 공원 앞을 지나쳤다.
새벽녘 일어나 씻기 위해 수돗가 앞에 길게 늘어선 노숙자들을 볼 때마다
어떤 공포 같은 걸 느꼈다.


그 사람들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우리들의 둔감함에.

그들을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는 우리의 무심함에.

 

아무리 LA가 겨울에도 따뜻하다지만

한 데서 비를 맞으며 밤을 견뎌야 하는 신산한 삶이 상상이 가는지.

 

누군가에게는 삶 전체가 재앙이었는데
사람들은 이제서야
마치 이런 일이 처음 일어난듯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

땡스기빙 데이 연휴의 마지막 날. 

 

처음 화재가 시작된지 2주가 넘었다.

그 사이 비도 오고, 화재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도시를 가득 메웠던 초미세먼지도 사라졌다.

 

그리고 반짝 뜬 해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해맑은 자연의 표정.

그래서 두렵기도 한데

어쨌든 오늘은 오롯이 고마워만 하기로.

그리고 만끽하기로.

 

목이 꺾일 정도로 잔뜩 고개를 젖히고

파란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빠져들고 싶은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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