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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을 돌려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 게

리츄얼이 되었다.

 

책등이 보이게, 그러니깐

책 제목을 식별할 수 있게 찍는 게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인증샷(?)이 되겠지만

내 경우에는

어느 도서관에서 온 책인지 알 수 있게

책머리를 찍은 사진이 더 애착이 간다.

 

'링크 플러스'라는 제도를 몰랐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책들이라는 점에서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도 참 고맙고

수고롭게 먼 길을 왔던 책들이

다시 제 있을 곳으로 돌아가는 게

어쩐지 애틋하기도 해서.

 

각각의 책들이 온 도서관의 이름을

작게 발음하면서

"고마워요"하고 인사를 하는 거다.

 

한국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

그 책들을 잘 관리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사실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마음.

 

거기서 계속 사랑받고 예쁨 받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제일 큰 거겠지.

 

이번엔 총 열 권의 책을 읽고 반납했다.

 

매달 중순 혹은 월말에 읽은 책들을 정리해 올리면서 각 책에 대한 코멘트를 하니, 실은 어느 정도 겹칠 수밖에 없어 따로 언급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책을 읽은 직후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의 감상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고, 책을 떠나보내기 바로 직전의 감상이라는 게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짧게나마 소회를 남긴다.

각자 제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책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라고 해도 좋겠다.

이전에 코멘트를 달지 않았던 책들 위주로 정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 『매혹당한 사람들』

 

사실 이 책은 영화 때문에 그 존재를 알게 됐다. 영화를 꽤 흥미롭게 봤는데 원작이 있다길래 봤다. 대부분의 원작을 가진 영화들이 그렇듯, 소설이 조금 더 낫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 남부에서 시작된 두 가지 문학 장르가 있다. 하나는 고딕소설이고, 하나는 좀비소설. 왜 하필 미국 남부 지역에서 이 두 장르가 시작되었고 성행되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미국 남부의 문화적 특징이랄까, 미국 남부 사람들의 속성 같은 것들이 보이는데, 그걸 또 집약해서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남북전쟁'이 아닐까 싶다. '남북전쟁'이라는 키워드를 잘 읽고 해석하면 미국 남부의 본질이랄까 뭐 그런 것에 좀더 깊숙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읽어도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책 표지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읽은 책은 영화 개봉 이후에 인쇄된 건지 영화 포스터로 표지를 만들었다.

 

- 『Borderland Roads』 

 

허균의 시를 선별해서 영역한 시집이다.

Ian Haight라는 사람이 허태영이라는 사람과 함께 공역했다.

한국 사람들도 잘 안 읽는 오래된 조선의 시들을 자신의 나라 언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외국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어떻게 하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됐고 이 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예전엔 우스갯소리로 중국문화나 일본문화는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경쟁력이 없어 눈을 한국으로 돌린 거겠지 말하기도 했었는데, 처음 동기가 무엇이건 그걸 업으로 삼아 평생 그 일을 한다는 건 또 다른 일이니깐... 이런 사람들을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아마도 허태영이라는 사람은 허균 가문의 후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허균의 시를 연구하고 그 시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암튼, 이 두 사람의 노력으로 한국어로도 읽어보지 못했던 허균의 시를 영어로 읽게 되었으니 고맙다.

이 책은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책도 아닌데 이렇게 일반 독자들에게 대출이 가능한 것도 마음에 든다. 지금까지 읽었던 한국시를 번역한 책들은 모두 대학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유타에 있는 어느 대학의 책을 빌려 읽은 적도 있다. 그 인연이 고마워 근처에 갔을 때 그 대학을 들려오기도 했고.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 알음알음 연결된다.

 

이 시집은 'Korean Voices Series' 중 한 권인데, 이 시리즈의 일환으로 영역된 시집들을 더 찾아보고 싶다.

 

- 『알제리의 유령들』

 

이 소설은 너무 좋아서 반납하기 전에 한 번 더 읽어서 총 두번 읽었다. 소설의 성격이 확확 바뀌어서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읽지만 여러 편의 단편을 읽는 것 같기도, 여러 편의 연작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가 연상돼서 독창성이 별로 없다고 여겨졌는데 2부부터는 확 몰입되어 빨려들어갔다. 개인적으로는 맑스가 등장하는 부분이 제일 재밌었다.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것은 작가의 재능이나 역량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나는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식의 뽐내기로 끝내면 조금은 허무하고 아쉽기 마련인데, 황여정의 소설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고, 모든 이야기들이 역사와 맞물려 있어 좋았다. 훌륭한 '공상'이라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멋지지만, 소설로서의 감동이나 울림은 그것이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인간의 실체를 보여주느냐에 달리지 않나 생각하는데, 이 소설은 무게중심이 튼튼해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겨우 소설 한 편을 읽었지만, 황여정이라는 소설가가 오래도록 사랑받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 『창백한 말』

 

황금가지에서 해마다 좀비물을 공모하는데, 장편으로선 유일하게 선정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인물들을 소개하는 초반부는 조금 산만한데, 중반부 이후엔 아주 잘 읽힌다.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어린 아이를 가차없이 죽일 때 잔인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독자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찬물 한 바가지를 쏟아붓는 느낌이라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중남미의 국가들이 파산을 하면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은 군대들을 국경으로 보내 이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한다.

의견은 분분하다.

중남미 국가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

왜 다른 나라에 민폐를 끼치냐. 지들 잘 나갈 땐 어땠나 기억도 못 하냐 등등.

미국인의 입장에선 불법 이민자들이 늘어난다는 건 세금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거니 (내년부터 캘리포니아는 세금이 또 인상된다), 현실적인 부분을 간과한 채 박애니 인류애만 강요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것들이 우리가 좀비물이나 SF에서 흔히 목격했던 장면이 아니던가 싶어 조금 씁쓸해지기는 한다.

'창백한 말'은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데, 우리는 이미 묵시록의 세계를  살고 있다는 암묵적 상징 같아 읽는 내내 착잡했다.

모두가 다 같이 잘 살고 행복한 건 불가능한 걸까? 나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을 기반할 때만 가능한 걸까?

전세계적으로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런 현 상황에서 여러모로 고민해볼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나머지 책들은 이미 한두번씩 코멘트를 했으니, 혹시 각 책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중순에 포스팅한 '올해 읽은 책들'이나 월말에 포스팅한 '이번 달에 읽은 책들'을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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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링크플러스로 빌린 책들을 지난 주말에 다 반납해서오랜만에 책을 빌리러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사실 책 업데이트가 그리 자주 되는 건 아니라서(신간은 지역 도서관에서만 빌릴 수 있어서 평균 일년은 지나야 링크플러스로 빌릴 수 있게 된다)보통 3-4개월에 한 번씩 확인해보는 편인데이번엔 큰 기대 없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

    2018.12.07 14:31 댓글쓰기
  •  대부분의 사람들은책표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겠고그 다음은 책등이 아닐까 한다. 책 제목과 저자이름 등 가장 중요한 정보가책 표지와 책 등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책 표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러스트 때문에책 표지를 중시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책표지를 보고 책 구입을 결정하는 게일반

    2019.01.30 10:5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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