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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렌디피티』에서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을 이어주는 책은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다. 실제로 이 책은 미국에서 발렌타인 데이에 가장 많이 선물하는 책 중 하나다. 내가 유학 와 처음으로 만났던 교수도 아내에게 프로포즈할 때 이 책으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간 첫 해에 이 책을 읽었었다. 발렌타인 데이에 이 책을 선물하는 건 아무래도 이 소설이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나름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르비노는 전형적인 사람이다.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 딱히 생각도 없고 그냥 노멀한 사랑과 안정된 결혼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페르미나는 전형적인 여자라고 해야 하나? 사랑하는 남자와 능력 있는 남자 중 후자를 택한다. 플로렌티노는... 읽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것 같은데... 좋게 말하면 순애보라고 할 수 있지만 달리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지만, 확실한 건 페르미나에 대한 플로렌티노의 사랑은 한결같다. 물론 그 사랑 때문에 상처 입는 사람이 생기기는 하지만. (아마 이 책을 선물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플로렌티노에 이입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암튼, 지금까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발렌타인 데이에 주는 소설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이 소설을 선물하면 어떨까 싶다. 감히 연애소설의 최고봉이라고까지는 못 하겠지만, 사랑의 순수성이라고 할까. 우리가 '첫사랑'하면 떠올리게 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함축되어 있는 소설이다. 물론 '첫사랑은 늘 실패로 끝난다'고 할 때의 그 가슴 아픔과 고통까지도 다 포함되어 있는 소설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 시린 결말까지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완결성 있게 느껴지게 한다.

 

 

이 소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한 대목 소개한다.

눈으로 한 번 읽고, 소리내어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두 남녀가 주고받는 일상적인 대화 같지만, 두 사람을 감싸고 있는 공기랄까, 기운까지도 미세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의 전후로 이어지는 장면들이 이 소설의 백미라고 생각했다.

(내가 인용한 부분이 119쪽 하단인데, 110쪽 정도부터 시작되는 장면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 부분이라도 꼭 읽어보길.)

 

비록 생의 한 순간일지라도 이렇게 빛나고 환희에 찬 시간이 있었다면, 아름다운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말하건데 이 작품은 첫사랑의 모든 것들을 오롯이, 모두 다 담고 있다.

 

내 경우는 이 책을 작년 3월에 읽었다. 3월이면 겨울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추운 날이 많아 편도가 잔뜩 부어 열이 펄펄 끓는 날이 많았고, 그밖에도 이런 저런 것들이 겹쳐 여러모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런데 아파서 일찌감치 침대에 눕는 게 오히려 축복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 책에 푹 빠졌었다. 자는 게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자기 전에 한 장이라도 더 읽고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의 아름다움에 깊이 사로잡혔었다. 아픈 내내 꿈꾸듯 읽었다. 아픈 몸으로 몽롱한 가운데 읽었는데, 여운이 너무 길어서 빨리 낫기가 싫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상태가 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과 흡사하지 않을까? 그러니깐 나는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앙젤리크와 펠리시앵과 비슷한 상태였던 셈이다.)

 

'지고지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순수하고 순결한 영혼들에도 깊이 매료되었지만, 매력적이인 인물들만큼이나 장면 묘사나 배경 묘사도 눈부셨다. 종교와 삶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절의 모습을, 마치 실제로 체험하듯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소설의 백미 중 하나다.   

 

언제나 아름다운 흰색.

완벽한 기쁨으로서의 흰색.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흰색 같은 그런 소설이다.

 

국내 초역으로 소개된 이 작품은 에밀 졸라의 소설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된다고 한다.

이런 저런 좌절된 사랑을 경험한 사람들, 닳고 닳은 연애에 사랑의 의미까지 퇴색된 사람들 뿐 아니라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거나 아직도 사랑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 싶은 사람들에게 모두 추천하고 싶다. 앙젤리크와 펠리시앵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보며 각자가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될테니 말이다.

 

 

 

 

에밀 졸라 저/최애영 역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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