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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플러스로 빌린 책들을 다시 반납할 때는 늘 만감이 교차하지만, 이번엔 땡스기빙데이가 끼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각자 자기가 있던 곳에  돌아가서도 잘 지내고 많이 사랑받으라는 의미에서 땡스기빙데이 기념으로 나온 레고와 기념샷.


- 백민석, 『죽은 올빼미 농장』


이런 경우는 참 뭐라고 해야 할지. X세대나 오렌지족 세기말이나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익숙한 70년대생 혹은 90년대 학번들에게는 익숙할 법도 한데, 그렇다고 요즘 '뉴트로'로 각광받는 그런 감성과는 또 다르다. 정신분열증적이라고 해야 하나. 명료한 게 없는, 매우 모호한, 그렇다고 정영문이나 김태용 같지도 않은, 짧은 소설.


- 장강명, 『팔과 다리의 가격』


책을 읽는 내내 매우 경악했고 부끄러웠다. 나는 북한 혹은 북한 주민에 대해 참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정작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살림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던 게 아닌지. 

북한 새터민을 인터뷰한 르뽀르타주다. 


- 박솔뫼, 『사랑하는 개』


스위밍꿀에서 나온 책은 정지돈 이후 두번째로 읽었다. 만듦새의 사랑스러움에 대해서는 트위터에서 이미 많이 보아 알았는데, 실린 소설들의 수준은... 음... 금정연의 해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걸로 대신하겠다. 이렇게 얇은 책 (혹은 소설)의 효용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독립출판 혹은 독립출판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책의 만듦새든 작품의 퀄리티든 어디까지 기대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다종다양한 작품들이 실험되는 건 존중하고 환영하지만, 그리고 작가들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씩 아쉬운 건 사실이다. 독자로서 언제까지 기대를 가지고 읽을 수 있을까? 솔직히 장담을 못 하겠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말하자면, 박솔뫼는 항상 챙겨 읽는 작가 중 한 명이다. 


- 윤대녕,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웬만하면 시작한 책은 끝까지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중간 이후에 수록된 소설들을 먼저 읽고, 처음의 두 편을 읽고는 접었다. 불성실한 느낌이랄까. 젊은 작가라면 이 정도 수준의 소설들로 과연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싶어졌다. 그래서인지 권말에 수록된 해설에서도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윤대녕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이전 소설들에 대한 언급이 더 많다. 이 책은 정말 많이 아쉽다.


- 김금희,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김금희의 다른 책들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텐데, 김금희를 처음 시작하는 독자가 에피타이저로 읽기엔 가장 좋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도 <경애의 마음>을 읽고 바로 연달아 읽을 때는 좋은 줄 몰랐는데 한참 텀을 두고 마저 읽을 때는 좋았다. '김금희답다'는 측면에선 같은 DNA를 가진 것만은 분명하다. 곽명주의 그림이 책의 가치를 높였다.



- 정용준, 『프롬 토니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좋은 번역가를 만나 꼭 프랑스어로 번역되면 좋겠다. 생텍쥐페리?를 기념하는 가장 아름다운 책 중 한 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다 맘에 들고 아름답다.

이 책을 읽기 며칠 전에 고래가 나오는 꿈을 꿨는데, 이 소설에 서두에 고래가 등장하는 걸 보고 이 소설을 만날 운명이었나 싶어지기도 했다.

생텍쥐페리와 고래와 바다 이야기, 신화적 요소들의 앙상블이 좋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오래오래 생각날 것 같다. 침대 맡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고 싶은 책이다.


- 김금희, 『경애의 마음』


단편 소설로 진가를 발휘했던 소설가들도 장편소설에선 힘을 못 쓰는 경우는 자주 봐왔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컸는데, 김금희는 단편만큼 장편도 아주 잘 쓴다. 단편들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도 장편의 고유함도 잘 살렸다. 내가 김금희의 단편을 읽으며 좋아했던 인물들의 유형을 좀더 부각시키고 형상화한 캐릭터들도 맘에 든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단점이 있고, 사실 그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 품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이다. 그들이 살아온 삶을 알게 된다면 말이다. 지나치게 사변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고, 현실에 기반한 '튼튼한' 소설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 오한기, 『나는 자급자족한다』


후장사실주의는 정지돈 때문에 알게 됐는데, 어째 더 마음이 간 건 오한기였다. 물론 오한기만큼 정지돈도 박솔뫼도 금정연도 다 좋아하긴 한다.

이번 소설은 장편소설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소설가의 정체성,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한 오한기의 사유의 연장선상에서도 유의미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한물간 스파이는 한물간 소설가를 연상케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애정은 그 한물간 스파이에 흠뻑 담겨 있으니깐. 그렇지만 신파로 흐르지 않는 균형감각도 마음에 들고.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로 읽어도 재미난 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좋았고, 파괴적인 조물주처럼 모든 것 다 파멸시킬까봐 두려웠는데, 결말도 나름 마음에 들었다. 안도했다는 편이 정확하겠다.

오한기가 꾸준히 소설을 쓰면 좋겠다. 이런 소설가들이 인정받는 출판계의 환경이 조성되는 게 선행되길 바라는 마음도 크고.

 

- 손홍규, 『그 남자의 가출』


이 진지하고 성실하고 선량한 소설가를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1975년생이긴 하지만, 생일이 빨라서 그런지 93학번인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진 않다. 내가 그렇게 알고 있을 뿐), 그래서인지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심정적으로 언제나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랄까. '동기 사랑은 나부터'라는 그런 마음의 연장선상. 나는 이 소설가가 구축하는 인물들과 세상을 동의한다. 이 작가의 시각이나 소설가로서의 관점에도 동의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아내 3부작'은 페미니즘과는 또 다른 시각에서 (자기 반성적이고 자기 성찰적인 남성) 여성의 삶을 보게 한다. 표제작인 <그 남자의 가출> 등은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수작이다.

만약 한국 작가 중 누군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한다면, 나는 손홍규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성에 기반한 작품들을 쓰는 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곳으로 떠날 책들. 이 책들이 온 곳들을 기념하고 싶었다. 비가 많이 와서 가는 길이 험하겠지만, 제 집으로 잘들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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