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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생의 한가운데 돌아와 선, 그녀가 우리에게 '말'한다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최고의 교육을 받은 영재, 이성애와 동성애는 넘나드는 화려한 애정 편력, 불행한 결혼, 치명적 연애, 포토제닉한 미모, 수줍으면서도 가차 없고 단호한 성격, 뉴욕의 지성들이 벌이는 온갖 모임에서 코트 더미를 깔고 자며 자라난 천재적이고 헌신적인 아들, 파리, 뉴욕, 사라예보, 사진과 영화, 유명한 친구들, 치열한 암 투병과 당당하고 용감한 죽음까지. 수전 손택의 명성에서 '사적'인 매혹의 신화적 오라를 온전히 지우기란 불가능하다. 사실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라든가 "뉴욕 지성계의 여왕" 또는 "미국 문학계의 다크레이디" 등 손택의 많은 별칭들만 해도 그녀가 사상가로서뿐 아니라 매혹적인 셀러브리티로서 대중의 상상력을 얼마나 사로잡았는지를 넉넉히 방증한다. 이처럼 사적인 인간 손택을 둘러싼 매혹은, 진지한 윤리주의로 유명했던 사상가 손택이 한평생 전투적으로 맞서 싸웠던 반지성주의적 신화에 위험스러우리만큰 닿아 있어 아이러니하다. (pp.198-199)


아들 데이비드 리프가 애증으로 뒤얽힌 어머니와의 마지막 나날을 기록한 고통스러운 회고록을 출간했고, 아들의 연인으로서 오랜 시간 손택과 동거한 시그리드 누네즈가 손택 모자의 근친상간에 가까운 관계들을 가차 없이 가십으로 풀어낸 평전을 내놓았는가 하면, 오랜 팬이자 친구였던 테리 캐슬이 사라예보에서 총탄을 피하는 모습을 팔로알토의 길거리에서 거침없이 흉내 내는 허영심 가득한 캐릭터로 그녀를 묘사한 코믹하고도 신랄한 회고담을 <런던리뷰오브북스>에 게재해 또 한 차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소소한 가십 기사들은 물론 무수한 평전과 전기가 쏟아져 나왔다. (p.200)


이기적인 나르시시스트, 치열한 페미니스트, 자부심 강한 뉴요커, 허영심 강한 명사, 헌신적인 학자, 열혈 운동가, 지적인 젊은 여성들의 영원한 롤모델, 가학적이리만큼 극렬한 모성, 삶을 향한 지독한 애착....... 손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숱한 서사들은 낱낱이 불완전한 조각으로 남지만, 그 상충하고 부딪치는 서사적 편린들의 사이사이에, 모자이크 같은 총합으로서, 유동적으로 흔들리며 부상하는 뜨거운 삶의 드라마에서 손택은 결국 복잡다단하고 유니크한, 도저히 범주화할 수 없는 불세출의 '캐릭터'로 우뚝 선다. (p.200)


그리하여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몰개성적 '글'이 아니라 1978년 싱그러운 여름날, 파리와 뉴욕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발화된 사적이고 특수한 '말'을 성실하게 포착한다. (중략) 그녀의 삶을 종단하는 서사는 없지만, 그녀 삶의 짧은 한 순간을 함께 횡당하는 체험이 있다. (p.203)


그렇게 모든 이항 대립과 클리셰의 허위와 착시를 뒤흔들고, 진실을 복잡하고 심오하게 만드는 비판적 사유의 가치를 열렬히 옹호한다. (중략) 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말'들의 풍요로운 향연은그녀 자신의 말대로 준엄한 "윤리주의자"와 "정신나간 탐미주의자"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나르시시스트와 자기 성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모성과 자기애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정전에 대한 헌신이 어떻게 한 사람 속에서 어우러지는지를 날카롭게 일별하게 하고 신화의 장막을 뛰어넘어 인간 손택에게 다가가는 길을 열어준다. (pp.204-205)



수전 손택의 말

수전 손택,조너선 콧 공저/김선형 역
마음산책 | 201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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