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클래식 인 더 가든

[도서] 클래식 인 더 가든

김강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는 책에 대한 정보들을 입수하기 위한 용도로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오로지 출판사와 작가들, 그리고 블로그를 하면서 알게 된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하고만 친구를 맺었다. 한겨례 책지성 등에 올라오는 책소개도 빠뜨리지 않고 본다. 신간에 대한 정보는 각 출판사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소식이 가장 빠르다.

 

언젠가 궁리의 페이스북에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올라왔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 단박에 매료됐다.

 

모든 삶이 곧 예술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예술가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술을 향유하며 살아가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숲속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오솔길에서 다양한 꽃을 보고 기쁨을 느끼듯, 음악과 그림 그리고 정원에 관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책이 예술을 향유하는 즐거운 한 순간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클래식에 어우러진 음악과 정원, 그리고 그림 이야기라니... 상상만 해도 멋졌다. 아주 근사한 선물을 받는 기분이랄까. 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 김강하가 쓴 이 책은, 독자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오솔길을 만들어주었다.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기쁨을 찾는 시간이 귀하고 소중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첫 직장을 얻었던 곳이 엘에이였다. 엘에이는 자연환경도 최상이지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들이 많은 곳이다. LA 필의 격조 있는 공연들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숱한 미술관과  뮤지엄들도 있다. 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A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 The Broad, The Getty Villa, The Getty Center, The Huntington Library, Art Museum, and Botanical Gardens…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미술관만 해도 이만큼 많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미술관이나 뮤지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미술관들이 개인 소유였던 작품들을 모아 사후에 뮤지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개인이 살던 집 전체를 사회에 환원하거나 해서 미술관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개인이 살던 집이라고는 하지만 성처럼 큰 규모들이 많다. 그런 집들은 대개 정원도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자 내가 참 좋아했던 곳이 The Huntington Library, Art Museum, and Botanical Gardens이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방대한 도서관이자 미술관이며 정원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한 곳에 다 모여 있는 셈인데, 성처럼 커다란 그 공간을 느긋하게 다니며 오래된 고서들과 미술 작품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원도 어찌나 잘 가꿔 놓았는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반할 수밖에 없다



* 사진 설명: The Huntington Library, Art Museum, and Botanical Gardens에 있는 많은 정원 중 The historic Japanese Garden


이런 건물들과 정원들은 유럽을 동경하던 초기 미국사람들의 취향이 그러하듯 유럽의 유명한 명소들, 가령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등을 모방한 경우가 많아, 굳이 유럽에 가지 않아도 고풍스럽고 우아한 유럽 스타일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미술관은 게티 센터에서는 폐관이 된 후 가끔 연극이나 클래식 공연들도 펼쳐지는데, 게티 역시 정원 조경이 무척 아름다워 정원만 투어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을 정도다. 이런 근사한 곳에서 여름밤에 시원한 밤공기를 느끼며 향유하는 공연은 그 자체로 천상의 경험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들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것



* 사진 설명: The Getty Center 중 메인  정원


입장료도 없이 이 모든 문화들을 향유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금수저나 흙수저나 상관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는 것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캘리포니아의 햇볕처럼, 이 모든 것들을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다. 그야말로 로스앤젤레스, ‘천사들의 도시’, 축복받은 땅이다.

 

이런 책도 그렇다. 예술이 상품으로서 특정 개인의 소유가 되거나, 비싼 돈을 지불해야만 접근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그러한 것처럼 이 책 역시 값없이(물론 돈을 주고 사봐야 하지만, 만 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이고, 설사 돈이 없다 하더라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예술을 누리고 경험하고 향유하게 해준다. 정원과 그림과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진, ‘천상의 천사들처럼 아름다운 책이다.

 

정원은 낙원을 뜻하는 'paradise'와 마찬가지로 울타리로 둘러싸인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걱정과 근심이 없는 이상향의 공간 '낙원'을 꿈꾸면서 동시에 내 울타리 안에 그와 닮은 공간이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정원에서 가슴 벅찬 아름다움과 행복을 경험하고, 위안과 용기를 얻고, 끊임없이 생각하며 의식을 고양시켜왔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책의 배열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점점 확장되며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1부가 화단의 꽃들을 모티브로 했다면 2부는 살짝 시선을 옮겨 정원의 풀과 새와 나무를 보고, 3부에서는 정원 전체를 바라보며, 마지막 4부에서는 그 정원을 거닌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름다운 정원의 모든 것들과 교감한 듯 충만한 기분이 든다.

그 정연함에 알맞은 그림과 그 그림에 걸맞은 음악을 고른 건 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의 안목이 가장 잘 드러나는 측면으로, 저자의 큐레이션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다. QR코드를 통해 소개하는 음악을 바로 들으며 책을 읽게 한 것도 센스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당신이 꼭 읽어야 할 책이란 카피 문구는 조금도 지나침이 없다. 이 책에 가장 어울리는 설명이다.

 


가령, 저자가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1913년 작, <이탈리아 정원 풍경 Italian Garden Landscape>과 함께 듣도록 고른 음악은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Peter Schubert<봄의 신앙 Fruhlingsglaube>이다. 요즘 같은 계절에 보고 듣기에 딱 좋아서 추천하고 싶다. 지금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라면 이 글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책을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바로 그림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게 신의 한 수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듯이, 음악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클래식을 감상하듯이, 앉은 자리에서 책을 읽으며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소재가 정원이라는 점에서 클래식 입문자들에게는, 그리고 클래식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선물이 없을 것 같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