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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두』가 겨냥하고 있는 소문자 가부장제란 바로 그런 ‘버전업’의 산물인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출산과 육아, 부양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곤 하는 젠더불평등의 현실은 『자두』의 화자와 무관해 보인다. 남편 안세진과 시부 안병일은 화자인 은아(부계 기호인 성은 끝내 제시되지 않는다)의 자기실현을 가로막는 존재들이 아니며 오히려 한때나마 “오늘이 어제보다 더 행복한 나날”(31면)임을 확인시켜주는 존재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그것은 ‘선한’ 가부장들이 화자에게서 출산이나 육아, 시부의 부양과 같은 ‘의무’를 잠정적으로 면제시켜준 시혜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를 결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가부장들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되어 있으며 따라서 양자 간의 위계는 해소되지 않는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환기되는 “죄도 짓지 않았는데 용서를 받는 더러운 기분”(91면)이란 화자의 ‘열외상태’가 처음엔 스스로 원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비자발적인 것으로 수렴되고 마는 현실의 구조를 요약적으로 드러낸다. 결혼제도 안에서 여성의 자기 실현이 가부장의 ‘선의’ 여부에 달린 것인 한, 여성은 영원한 타자다. (pp.143-144)

 

- 강경석, 「해설: 완전한 타인」 부분

 

자두

이주혜 저
창비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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