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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는 버섯이 되었을 것이다. 차갑고 매끄러운 피부에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지닌 무관심하고 무심한 버섯이었을 것이다. 나는 쓰러진 나무 위에서 자란다. 나는 흐릿하고 음침하며, 언제나 조용할 것이다. 그리고 내 버섯 같은 손가락으로 그 나무에 남은 마지막 햇빛 한 방울을 빨아들일 것이다. 나는 이미죽은 것들 위에서 자랄 것이다. 나는그 죽은 것들을 지나 순수한 땅으로 뚫고 들어갈 것이다. 거기서 내 버섯 같은 손가락은 멈추게 된다. 나는 나무나 덤불보다 더 작겠지만, 산딸기 넝쿨 위에 싹을 틔울 것이다. 나는 연약하겠지만, 인간으로서의 나 역시 연약하다. 태양은 내 관심 대상이 아니다. 내 시선은 태양을 따르지도 않을 것이고,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다. 오직 습기만 갈망할 뿐이다. 내 몸을 안개와 비에 내보이고, 촉촉한 공기는 내 몸에 물방울이 되어 맺힐 것이다. 나는 밤과 낮을 구별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모든 버섯처럼 똑같은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소심한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그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이다. 버섯 따는 사람들은 햇빛과 나뭇잎이 만들어 내는 화려하고 반짝이는 이미지에 눈을 고정한 채 멍하니 내 위를 지나칠 것이다. 나는 그들의 다리를 묶어 붙잡을 것이고, 숲속 쓰레기와 메마른 이끼 덩어리 속에서 그들의 다리가 엉키게 할 것이다. 바닥에서 나는 그들의 재킷 속, 왼쪽을 볼 것이다. 나는 자라지도 늙지도 않은 채, 내가 사람들뿐만 아니라 때로는 시간을 지배할 힘을 갖고 있다는 냉철한 확신에 이를 때까지 몇 시간이고 의도적으로 미동도 않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오로지 낮과 밤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 즉 새벽과 해 질 녘에 다른 모든 것이 일어나거나 잠에 빠질 때만 성장할 것이다. 버섯은 최면술사다. 발톱과 빠른 다리, 치아, 지능 대신 이 속성을 부여받았다.

나는 모든 해충들에게 관대할 것이다. 나는 내 몸을 달팽이들과 애벌레들에게 바칠 것이다. 나는 결코 그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볼 것이다. 그들이 너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땅에서 너를 찢고, 자르고, 요리하고, 먹는 것분이다. (pp.82-83)

 

 

낮의 집 밤의 집

올가 토카르추크 저/이옥진 역
민음사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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