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유다

[도서] 유다

아모스 오즈 저/최창모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모스 오즈의 『유다』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주제 사라마구의 『카인』이었다. '유다'가 자신의 스승을 판 배신자로서 신약성경의 가장 문제적 인간이라면 '카인'은 자신의 동생 아벨을 죽인 최초의 살인자로 구약성경의 가장 문제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제 사라마구와 아모스 오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주제 사라마구는 『눈먼 자들의 도시』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아모스 오즈 역시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곤 하였다)로 두 작가 모두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설가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카인』이 주제 사라마구의 마지막 소설인 것처럼 『유다』 역시 아모스 오즈이 마지막 유작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소설가들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 사라마구와 아모스 오즈는 왜 죽음을 앞둔 인생의 마지막에서 카인과 유다를 호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이 그들이 평생을 천착하고 추구했던 것들과 어떻게 맞닿아 있고 이어져 있을까. 왜 두 거장은 인생의 마지막에서 성경을 재해석하고자 했을까.

이 소설이 궁금했던 이유, 이 소설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그 사실이 무엇보다 궁금했기 때문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카인』에서 카인을 직접 등장시킨다. 그리고 카인은 가상 역사 여행을 하며 구약의 인간들의 삶을 돌아보며 신에게 질문한다. 카인은 구약성경에서 악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인물이지만, 카인의 구약의 역사를 통해서 체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신의 잔악함이다. 카인은 거듭거듭 신에게 묻는다. 주제 사라마구가 그리는 카인은 구약성경의 욥에 가까운데, 역설적이게도 욥은 구약성경에서 가장 의인으로 여겨지는 사람이다. 이러한 전복, 선과 악이 뒤바뀌며 신에 대한 관념들이 반전되는, 을 통해 주제 사라마구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우리에게 뿌리박은 고정관념들에 이의를 제기한다. 

아우를 죽이고 신에게 버림받은 카인은 거듭거듭 신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비해 아모스 오즈는 『유다』에서 20대의 대학원생 남성과 40대의 미망인 여성, 그리고 70대의 장애인 노인을 등장시켜(그리고 이 소설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모스 오즈'의 페르소나로 보이는 또 한 명의 인물이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유다'라는 인물을 재조명한다. 

주제 사라마구가 '카인'이 직접 경험하는 형식을 취했다면, 아모스 오즈는 시기적으로 후대의 사람들이 '유다'의 삶을 재해석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좀더 '역사적'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초점이 신에게 있었다는 측면에서 형이상학적이었다면, 아모스 오즈의 관심은 '유다'라는 인물과 그 당대, 그리고 이스라엘의 독립이라는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역사적이다.

 

철학적 혹은 신학적 사유와 역사적 고찰이라는 방법론의 차이는 소설의 전개방식이나 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왜 아모스 오즈는 '유다'를 주목했을까? 평생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애썼던 아모스 오즈는 자국민들에게 '배신자'로 오해받고 낙인 찍혔다. 예수를 판 유다와 같은 '배신자'말이다. 따라서 유다의 삶을 재고찰함으로써, 자신을 평생 따라다녔던 오해들에  대한 자기변호를 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여기서 한 차원 더 나아간다.

 

“내가 아는 모든 언어에서,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에서도 유다라는 이름은 배신자와 동의어가 되었다네. 그리고 유대인이라는 말과도 동의어가 되었을 걸세.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일반 기독교인들의 눈에 모든 유대인과 유대 민족은 배신이라는 병원체에 감염된 셈이지.”
(pp.375~376)

 

예수를 배신한 제자인 유다는 (유럽) 현대사에서 유대인에 대한 이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셈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의 번역가도 지적하고 있듯이, ‘가롯 유다’의 히브리어 ‘케리오트 예후다’의 ‘예후다(유다)’의 복수형은 ‘예후디’는 ‘유대인’을 의미할 뿐더러 ‘암하예후디(유대 민족)’와도 관련된다. 아모스 오즈는 이 점에 착안하여,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겼다’는 하나의 사건을 ‘유대인 또는 유대 민족 전체가 예수를 배신했다’라고 해석한 후, 이러한 이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유대인 또는 유대 민족의 운명이 유다와 같은 맥락에서 고찰한 것이다.

 

즉, 이 소설은 '유다'라는 단지 한 인물을 새롭게 재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인(혹은 유대민족)과 그들이 세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 대한 기존의 모든 평가를 배제하고 새롭게 해석하고 이해하기를 권면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제 사라마구가 신에게 신의 길을 묻는 소설이었다면, 아모스 오즈는 인간에게 인간의 길을 묻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