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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포 산토

[도서] 캄포 산토

W. G. 제발트 저/이경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발트는 1970년대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생애의 대부분을 노리치의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근현대독일문학 교수로 살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소설과 산문, 비평을 총망라하여)들은 매우 현학적이고 아카데믹한 부분들이 있다. 소설과 논문 혹은 산문과 비평의 경계를 나누는 게 무의미할 정도이다. 

 

제발트는 작가로서 그에게 가장 큰 영예를 안겨준 『아우스터리츠』가 출간되었던 2001년 12월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데, 이 책은 바로 그 직후(엄밀히 말하자면 2003년)에 출간된 산문집으로, 유고집적인 성격을 띤다.

 

네 편의 산문과 열세 편의 에세이가 실렸는데, 개인적으로는 산문보다는 에세이들이 제발트를 좀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에세이'라고 범주화하기는 했지만, 초중기작의 대부분들은 비평내지는 평론적 성격을 강하게 띠는 논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학자로서의 제발트의 면모가 잘 드러날 뿐더러, 현학적이고 아카데믹한 그의 문체 스타일이 잘 표현되어 있어, 제발트를 이해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문학 전공자나 제발트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집중해서 읽을 만한 아티클이나 역으로 일반 독자들이라면 이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페터 한트케의 연극 <카스파르>에 다룬 첫번째 글 「생소, 통합, 위기」의 경우 1975년에 쓰여진 논문으로, 그가 갓 서른을 넘겼을 때 쓰여진 글인데, 이 글에서부터 그가 평생 천착하게 될 작가들이나 주제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평생 기억과 회고, 애도의 문제들을 다루는데 이러한 그의 관심사가 이 논문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에세이 중에서도  후반부에 실린 것들은 그의 생애의 후반기에 쓴 그들인데,  전반부에 배치된 평론적 성격의 논문들에 비해 사적인 경험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열세 편이 그들은 발표 시간순으로 수록되었는데, 그것이 반드시 제발트의 문체의 변화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학자로서의 제발트의 정체성이 학자와 작가로서 좀더 확대되고 넓어졌다고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첫부분에 실린 산문 네 편은 모두 코르시카에 대한 글이다. 

1990년대 중반 제발트는 코르시카에 대한 글들을 쓰기 시작하는데(일명 코르시카 프로젝트), 그의 사망으로 미완이 된 이 프로젝트 중 네 편이 이 유고집에 실렸다. 개인적으로는 「캄포 산토」가 '유고집'이라는 이 책의 성격과 잘 어울릴 뿐더러 그가 평생 천착했던 주제와도 가장 잘 부합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편집자가 이 글을 표제작으로 하여 책의 제목을 붙인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참고로 캄포 산토는 이탈리아어로 '교회 묘지'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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