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보내주신 선물 너무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기대하지도 못했던 책 선물, 너무 고마웠어요.
문이 부스러져라 초인종을 힘차게, 그것도 연이어 계속 눌러대서
누군가 하고 나가봤더니
우체부 아저씨더라구요.
우체부라기보다는 지금이라도 당장 탐험을 떠날 것 같은,
잘 다린 제복에 탐험가들이 쓰는 것 같은 모자를 쓰고
부츠를 신고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거기에 키까지 훤칠하고 잘-생긴 백인 아저씨가
활짝 웃으면서 상자를 들이밀 때까지만 해도
이게 뭔가 싶었죠.
상자를 받고 나서야
'아, 소포구나'했답니다.
솔직히 그 아저씨는 우체부라기보다는
보이스카웃의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 아저씨를 돌려보내고
상자를 열었는데...
아니, 이럴 수가!
책을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지만,
전혀 기대도 못 했던 책이기에
정말 너무너무 기뻤어요.
아마 1미터 이상은 공중 부양을 했을 거에요.
사실 이 책 너무 갖고 싶었던 책이거든요.
이야기를 거슬러가자면 이렇습니다.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3주 전.
이 책의 반납일이 돼서 도서관에 갔죠.
차에서 내리자마자 남편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랐고 했어요.
왜?
이 책이랑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려구. 저기 단풍 예쁜 데 가서 이 녀석이랑 나랑 같이 사진 좀 찍어줘.
남편이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짓으며 웃더라구요.
그래도 순순히 따라와서 사진을 찍어줬죠.
그 다음엔 이 녀석의 독사진들을 제가 열심히 찍었구요.
그 책이 그렇게 좋아?
응.
그럼 돈 주고 사자. 아니면 어차피 책 기증할 거니깐 그 책들 대신 이 책 한 권만 달라고 딜을 해보던가.
도서관 책은 공공재인데, 내 욕심 채우자고 사적 소유로 만들 수는 없지.
내가 보기엔 그 책 읽은 사람 너밖에 없다.
그래도...
그럼 기한 연장이라도 하던가. 3주 더 연장이 될 거야.
정말? 도서관 책인데 나 혼자서 너무 오래 갖고 있으면 그것도 민폐인데.
그렇게 해. 그렇게 해도 돼. 한 번 정도는. 네가 너-무 좋아하는 책이잖아. 절판돼서 구할 수도 없고. 그 정도는 누구라도 이해할거야. 솔직히 그 책 너 외엔 찾는 사람도 없을 거고.
그럼 그렇게 할까?
응.
그렇게... '수렁에서 건진 내 딸'처럼
반가운 마음에 이 녀석을 데리고 와서
3주를 더 함께 했죠.
그때 찍은 사진이에요. ^^

암튼 이렇듯 애틋하게 3주를 더 보내면서
한 번을 더 읽었죠.
그렇게 3주가 지나고, 더 이상 대출 기한 연장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이 기한 마감이었는데,
그 날이 다가올수록 너-무 가슴이 아픈 거에요.
책이랑 가끔 대화를 했죠.
조만간 너를 떠나 보내야 해. 마음이 아프구나.
근데, 근데... 바로 그 책을 선물받게 될 줄이야.
정말 너무 기쁘고, 너무 행복하고, 너무 고마웠답니다.
책도 책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했던 말을 흘려 듣지 않아준 것도 너무 고맙구...
암튼, 여러모로 너무 기뻤어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남편한테 마구 자랑을 했답니다.
이 책은 이제부터 내 보물 10호야.
그럼 네 보물 1호는 뭔데?
글쎄... 생각을 안 해봐서... 솔직히 1호부터 9호까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물 10호라는 건 그만큼 좋다는 그런 의미인데...
이러다 쓰윽 남편을 보니 완전 삐쳐있더라구요.
그래서 금방 말을 바꿨죠.
가 아니라... 당연히 내 보물 1호는 오빠지.
정말?
당연하지.
덕분에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것봐라? 점자처럼 표지가 오돌도돌해서 손으로 만져지면 감촉이 느껴진다? 완전 멋지지?
그렇네.
도서관책은 비닐 커버를 씌워놔서 몰랐는데
커버 없이 보는 표지는 훨씬 근사하고 멋져요.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맨날맨날 이 녀석 한 번씩 쓰다듬는 낙으로 살 것 같아요.
평생 기억에 남을 생일 선물이 될 것 같구요.
고맙다는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모자르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책과 마음,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