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라면 지금쯤 한참
크리스마스 축하 파티에서
웃고 떠들고 있어야 하는데...
집에서 이러고 있다.
왜냐?
우리 남편은 자주 아프지는 않는데
한 번 아프면 아주 요란하게 아프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저녁도 멀쩡하게 잘 먹고,
운동까지 멀쩡하게 잘 하고 와서,
샤워까지 잘 하더니...
갑자기 사람이 시름시름 앓는 거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속이 미슥미슥거린단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시체처럼 누워 있더니
마구 토하기 시작한다.
토하다가 설사하다가, 토하다가 설사하다가,
거기다가 천식 발작하는 사람처럼 계속 기침을 해대고...
너무 무서운 거다.
솔직히 나는 내가 죽는 건 하나도 겁이 안 나는데
엄마나 아빠, 남편이 아프면 너무 겁이 난다.
혹시라도 죽을 까봐. 그래서 내가 혼자가 될까봐.
anxiety.
응급실로 가면 최소 몇 천 불이라 병원에도 못 가고...
(하여간 이 ㄴ ㅓ ㅁ 의 나라는 맘에 안 든다. --;)
발만 동동 구르다가
아빠한테 전화해서 기도 부탁하고...
그렇게 밤새 토하고 설사하고, 토하고 설사하는 사람 옆에서
잠을 설쳤다.
아침에 병원에 가보니 Stomach flu라는데
솔직히 나는 이런 감기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주로 아이들이 많이 걸린다는데...
그나마 감기라니 천만다행인데...
애 키우는 엄마들은 정말 어떻게 사는지...
암튼 그래서 죽만 먹는 남편 혼자 놔두고
나 혼자 놀러 갈 수도 없고 해서
결국엔 집에 왔다.
사람들은 한참 재밌게 놀겠구나.
집에 와서 남편 죽해주구...
팩 해서 배에 대고 있게 하고
손이랑 발 주물러 주고...
그 와중에 쉬지도 못 하고 일까지 한 걸 생각하면 안쓰럽다.
암튼 집에 와서 좀 쉬니 이젠 좀 깨송깨송해진 듯.
암튼 천만다행이다.
하여간 참... 별의별 감기가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