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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좋아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다.

 

이 할머니는 여든이 넘으셨고, 치매도 있으시지만

하루도 안 빠지고 새벽예배를 나오시는 분이다.

 

연세가 있으셔서 운전을 못 하시니깐

그 새벽에 매일 집에서 교회까지 걸어오신다.

불편하신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아무리 남가주가 따뜻하다지만

사막이라 일교차가 커서 새벽엔 무척 춥다.

그런데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예배를 나오신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나 가족들, 손주들만을 위해 기도하는 게 아니라

온 세계를 가슴에 품고 기도하신다.

볼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분이다.

 

그 할머니가 주신 생일 선물.

딸기 모양으로 예쁘게 만든 수세미.

 

"할머니, 이거 너-무 예뻐서 못 쓸 거 같아요. 집에다 걸어두고 맨날 볼래요."

하니깐 환하게 웃으시며

"또 떠 줄게. 그냥 써."

하신다.

"할머니가 힘들게 짜신 걸 어떻게 막 써요. 이 귀한 걸요. 너무 고맙습니다."

"귀하긴. 수세미인데."

"아니에요. 제가 이제껏 받았던 선물 중에서 가장 귀해요."

 

근데 그냥 빈 말이 아니라, 이 선물을 받는데

코 끝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다. 너무 감격해서.

 

"연세도 있으신데 안 힘드세요?"

"아니, 나는 요령이 있어서 하나도 안 힘들어. 나는 이걸로 선교하는 거야. 이거 떠서 사람들한테 나눠줘. 이거 뜨는 동안 사람들 위해 기도해. 이거 말고 애들 모자도 떠. 신생아용 모자. 그거 아프리카로 보내면 죽어가는 애들 살릴 수 있어. 나는 이게 하나님이 나에게 준 달란트라고 생각해.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매일 해. 늙은이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나는 많이 배우지도 못 했어. 그렇지만 하나님이 나에게 뜨개질하는 재주를 주셨어."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여든이 넘으신데다 치매까지 있으신데 어떻게 안 힘들까?

눈도 침침하고 목도 아프고 어깨도 결리고 손가락도 아플텐데도

그게 당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하시고 열심히 뜨개질을 하시는 거다.

 

아프리카 땅에서 죽어가는 신생아들 한 명, 한 명까지도 긍휼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일 모자를 뜨고,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세미를 뜨는 할머니를 생각하니

송구하고 부끄러울 수밖에.

 

하나님이 나에게 준 재주와 달란트가 얼마나 많은데

나는 늘 나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세상은 변하지 않아. 시니컬하게 냉소나 날리며 적당히 방관자처럼 살았는데...

그런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지는 거다.

 

소녀처럼 발간 볼로 할머니가 내 손을 잡고 웃으신다.

나도 따라 웃었다.

 

"신생아들을 위한 모자를 뜨는 캠페인이 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많이 죽는대. 태어난 바로 그날 죽는 애들도 아주 많대. 모자만 씌워줘도 안 죽고 살 수 있대. 그러니깐 나는 매일 모자를 뜨는 거야. 그게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으니깐."

 

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이 변한다.

내 마음도 움직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머플러도 떠주셨다.

 

"무슨 색 좋아해?"

"글쎄요... 다 좋은데 왜요?"

"응, 비밀이야. 하나만 말해봐."

"음...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깐 빨간색이요."

했더니 빨간색 털실로 머플러도 떠주셨다.

 

와, 정말 감동.

 

메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같다.

쩍쩍 갈라졌던 마음에 단비처럼 스며든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강한 건

사랑하는 마음같다.

그 마음 하나면 모든 걸 다 움직일 수 있으니깐.

모든 걸 다 변화시킬 수 있고.

 

[덧붙임] 우리나라에서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신생아 모자뜨기 캠페인을 합니다.

자세한 건 여기(http://sc.or.kr/moja/menu1_1.php)를 참조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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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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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오니소스

    푸우님의 감동적인 생일 선물이 드디어 공개됐네요. 저런 선물 받으면 난 어땟을까? 가슴이 뭉클해지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또 일상의 넋두리 속에 반성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모자뜨기 캠페인은 처음 들어봐요.

    2009.12.25 22: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지만 강한 힘인 것 같아요. 할머니 손이 참 따뜻해요. 그냥 손만 잡고 있어도 위로가 되더라구요. 힘이 되고. 저도 그런 어른이 되려구요. ^^

      2009.12.26 01:13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좋은 일들 많이 하더라구요. 기회되면 홈페이지라도 한 번 가보세요. ^^

      2009.12.26 01:15
  • 유한필승

    정말로 귀한 선물이네요...
    축하드립니다.

    2009.12.26 04:1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정말로 중요한 건 선물이 아니라 사람같아요. ^^

      2009.12.26 07:29
  • 스타블로거 도서관장

    오~ 이거 정말로 손수 뜨신 건가요??? 우리집에 이거랑 비슷하게 생긴 수세미 있는데....
    그 모양을 보시고 할머니께서 따라 하신것 같네요. 눈도 침침하셔서 뜨게질 하기 힘드셨을 텐데... 대단하시네요~ 할머니 힘내세요~

    2009.12.26 13:2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도서관장님도 오렌지 카운티에 사시나요? ^^;

      2009.12.26 14:2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