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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두 시간씩 할애해가면서 축구를 본다는 게 쉽지는 않다(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빅 매치가 아닌 웬만한 평가전은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 기사를 읽는 걸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번 경기는 조광래호의 첫 경기인데다가 상대팀도 지난 월드컵 경기를 통해서 어느 정도 친숙한 팀이라서 맘 먹고 보기로 했다.

축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선수 하나하나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번호와 포지션도 외우고 있으며 멀리서 머리 스타일과 동작만 봐도 누구인지 딱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경기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그래야 플레이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선수를 잘 알면, 예를 들어 화면을 멀찌감치서 잡았다 하더라도 이정수 패스 잘 했네. 그렇지 기성용, 저 빈 공간에 이청용이 있잖아. 그래, 패스 잘 했어. 쇄도하는 박지성한테 찔러 줘.”라는 식으로 경기를 예측하며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수를 구분하지 못하면 방금 돌진한 선수가 누구인지, 저 빈 공간에서 손을 든 선수가 누구인지, 심지어 방금 골을 넣은 선수가 누구인지 조차 놓치는 수가 있다. 리플레이를 보기 전까지는. 그러다 보면 축구를 보는 박진감도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이번 평가전의 경우는 어린 선수들이 대거 등용되고 등번호도 낯설다 보니 그런 측면에서는 관전하기에 재미있는 경기는 아니었다게다가 월드컵과 달리 카메라도 많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여러 각도에서 리플레이를 볼 수 없는 아쉬움도 있었다. 어떤 프리킥 리플레이 장면에서는 공을 정리하는 장면만 쓸데 없이 길게 보여주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정작 공을 차는 장면은 다 못 보여주고 넘어가기도 했다. 월드컵을 역동적으로 느낀 건 일정 부분 카메라의 역할이 컸었다는 걸 새삼 깨달은 경기였다.

 

전반적으로 좀 지루한 경기였지만(선수들도 잘 모르고 카메라도 그렇고 패스 게임 위주였고), 그래도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즐거웠다. 특히 최효진 선수는 정말 신선했다 A매치 일곱 번째 출전이라는 최효진은 그동안 내가 왜 못 알아봤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경기에서 참 잘했다. 골 장면에서는 박지성의 패스도 좋았고 최효진의 골 결정력도 탁월했다. 윤빛가람의 골 장면은 볼 컨트롤을 대담하고 침착하게 한 것이 결국 골까지 이어졌다.

 컴퓨터 링커라는 조광래 감독의 별명에 걸맞게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패스 게임을 이어갔다. 그래서인지 측면 크로스보다는 중앙 돌파가 좀 더 많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 골 모두 측면 크로스가 아니라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혹은 중앙으로 찔러준 패스로 만들어졌다. 패스 게임은 일단 성공인 것 같고그렇기는 하지만 롱패스나 측면 돌파에 이은 센터링도 적절하게 섞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공격적인 수비 전형이라는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는지 잘 모르겠다. 이건 내가 선수들의 등번호와 얼굴이 익숙하지 않아서 누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한눈에 안 들어온 탓도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어영부영 골을 내준 건 아쉽다. 훈련을 이틀 밖에 못했다니까 수비 조직력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지만.

한국이 경기를 주도하기는 했지만, 나이지리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뛰었는지도 의문이다. 듣자 하니 한국에 도착한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마치 휴가라도 온 것처럼 시합 직전에도 자유분방하게 지냈다고 한다. 복수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과연 복수할 의지가 얼마나 있었는지한국이 얻은 두 골 다 나이지리아 수비가 순간적인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얻은 기회였다. 물론 그게 바로 축구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조광래 호의 첫 출발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홈 경기라는 이점이 있었던 만큼 승리에 만족하지 말고 조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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