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완전판 프리미엄 (양장본) 24
이노우에 타케히코 글그림 | 대원 | 2008년 03월
내가 쓴 어떤 글에 단 댓글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웃다가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그 댓글이 나한테 어떤 책을 추천하는 내용이라서 아마도 그런 것 같다.
그러니깐... 내가 학부 때 이야기다. 스물에서 스물 한 살 정도 됐을 때?
과외하던 애 중에 사내 녀석이 한 명 있었는데, 하루는 뜬금없이 뭘 좋아하냐고 묻는 거다.
별 생각 없이 지나가는 말로 "책"하고 말았는데,
다음에 수업하러 가니 책상 위에 만화책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거다.
"이게 다 뭐니?"
"책이요. 제가 태어나서 이제껏 살면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에요. 완전 감동적이고, 여기에 인생이 모두 담겨 있어요."
그때 그 녀석이 보여준 책이 바로 [슬램덩크]였다.
"누나도 꼭 읽어보세요. 제가 적극 추천하는 책이랍니다."
그러면서 만화의 주인공들과 만화의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거다.
강백호며 채치수며 소연이며... 등등... 맞나?
아마 그 녀석이 나한테 [슬램덩크]를 설명해주는 열정으로 공부를 했다면
적어도 반에서 중상위권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거다.
그 정도로 열심히, 열정을 다 해서 설명해주는 데,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아마 그 녀석은 자기가 아는 가장 좋고 귀한 것을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나를 좋아했던 건가? ^^;
'만화책'을 '책'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던데다가
'만화책'은 '보는' 거지 '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름 이 녀석 덕분에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
오, 만화책도 '책'이고, 만화책은 '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읽는' 것이기도 하며,
누군가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거구나!!!
그때 그 녀석이 자주 인용하던 대사 중 하나가
"왼손은 거들 뿐."
맨 처음엔 '거들다'의 의미 파악을 못 해서
여성들이 몸매 보정용으로 입는 속옷인 '거들'을 말하는 건가, 했던 때도 있었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하핫.
녀석,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니 그 녀석도 서른이 넘었겠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