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의 생명들
Things of This World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숲의 생물 중에는 작은 달팽이도 포함된다. 한 장소에 사는 달팽이의 종류는 수십 종에 달한다. 크기도 다양해서 어떤 것은 주근깨보다도 작고 어떤 것은 동전 크기보다 훨씬 더 크다. 이들은 모두 우리가 달팽이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나선형의 껍질 안에서 산다. 집 근처에서 발견되는 민달팽이와 달팽이들은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달팽이들이다. 북미에는 이들의 천적이 없기 때문에 그 수가 너무 늘어나서 지금은 해충이 되었다. 그러나 숲에 사는 달팽이들은 원래부터 이 지역에 살던 종이다. 그들 중 많은 종이 아주 좁은 범위에서만 산다. 당신이 보고 있는 달팽이 종이 당신이 사는 곳의 한 구석에만 살 뿐, 이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일 확률이 크다(185쪽).
달팽이를 잘 살펴보면 두 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다. 머리 앞쪽으로 나 있는 짧은 촉수는 촉각과 후각을 담당하는데 세상을 탐색할 때 주로 사용한다. 큰 촉수의 끝에는 신기하게도 눈이 달려 있다. 이 눈은 달팽이가 위협을 느끼면 촉수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작은 달팽이들은 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먹으면서 숲 바닥을 기어다닌다. 껍질의 끝 부분에 있는 특별한 기관에서는 칼슘 탄산염에 분비되는데 이 때문에 달팽이집의 소용돌이는 점점 크게 자란다. 릴케의 시처럼 '사물들 위로 번지며 점점 커져만 가는 궤도 속에서' 달팽이의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날씨가 건조하면, 달팽이는 머리와 발을 집 안으로 집어넣고 입구를 닫아버린다. 이 입구가 바로 점점 더 자라나는 부분이다. 어떤 달팽이들은 몇 년 동안 이런 칩거 상태로 지내기도 한다(186쪽).
부패와 분해가 일어나고 있는 숲 속 땅 아래로 깊숙이 손을 넣어본다면 이 층이 꽤 두껍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바닥으로 깊이 내려가면 나무에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하는 부식토 층을 만날 수 있다. 이 부식토는 몇 년 전에 나무에서 떨어진 각각의 부분들이 썩으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15센티미터 이상 내려가면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층이 나온다. 건강한 숲이라면 이 층은 항상 차갑고 축축하다. 이 느낌이 바로 나무 뿌리의 느낌이다. 이 층은 나무 뿌리와 묘목, 나무에 기생해서 사는 진균류에게 양분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이 두터운 층이 없다면 숲은 건강해질 수 없다(189쪽).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크기, 모양 등 생물의 해부학적 구조에 먼저 관심을 가지며 행동 방식은 대개 그 다음이다. 우리가 생물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이유는 구조를 알아보기 위해서 살아있는 생물이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물은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죽은 상태일 때가 오히려 다루기 쉽다. 그래서 존 제임스 오듀본이라는 과학자는 새를 연구하기 전에 그 새를 총으로 쏘아 죽였다. 사실 식물도 죽어 있을 때가 연구하기는 더 쉽다. 그래서 학자들은 연구를 위해 표본을 수집해서 종이 사이에 넣어 눌러둔다(190쪽).
달팽이, 의갈류, 파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무들이 숲 바닥에 몸의 일부를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이들은 숲에서 살 수 없다. 나는 숲 바닥에서 살고 있는 일부 생물들의 삶에 대해 알고 나서 불필요하게 생명을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맨발로 숲을 걷는 자이나교 승려들을 존경하게 됐다. 우리가 그들의 수행 방식을 따라 감탕나무와 풍나무가 있는 숲을 맨발로 걷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벌목 기계가 숲 바닥을 밟아 뭉개고 지나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192쪽)
나무를 안아보았나요
조안 말루프 저/주혜명 역 | 아르고스 | 200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