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풍나무가 주는 선물 하나를 잃었다
Sweet Gum
나는 위를 올려다보지 않고 나무 이름을 맞추는 놀이를 하면서 숲 길을 걷다가 '원숭이 공'으로 덮인 오솔길에 다다랐다. '원숭이 공'이란, 가시 투성이의 풍나무 열매로 어린 시절 맨발로 돌아다닐 때 뾰족한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면서 우리가 붙인 이름이다. 미국 서동부에 살고 있는 사람은 5센티미터 정도의 둥글고 가시가 많은 갈색 풍나무 열매를 익숙하게 보아왔을 것이다(148쪽).
풍나무 잎을 먹고사는 곤충은 아주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다. 긴꼬리산누에나방은 밤에만 활동한다. 긴꼬리산누에나방은 동서부에서 가장 큰 나방으로 아름다운 회청색 몸에 뒷날개에는 긴 꼬리가 있다.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이나 달빛이 있는 밤에 꽃들 주변을 맴도는 정원의 디바 요정을 떠올려보면 긴꼬리산누에나방의 멋진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긴꼬리산누에나방이 요정 신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150쪽).
가을에 빛깔이 가장 아름다운 나무를 꼽자면 단풍나무를 들 수 있겠지만 오렌지 나무나 풍나무 색깔도 그에 못지 않다. 가을의 풍나무는 잎사귀 하나에서 진한 보라, 빨강, 노랑, 녹색을 함께 보여준다(152쪽).
대부분이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보는 지구상의 식물들이 오래 전에도 이 모습 그대로였을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사람들은 동물의 종들이 계속 변화해왔으며 과거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하던 공룡이 멸종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식물의 모습 또한 변해왔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앞에서 살펴본 나무들처럼 꽃을 피우는 꽃씨식물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최근에 진화에 성공한 식물이다. 공룡 시대의 숲은 지금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꽃을 피우는 식물보다는 양치류와 소철이 더 많았다. 꽃을 피우는 식물과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것은 그 이후다(153쪽).
식물학자 칼 린네는 라틴 이명법(생물 분류학에서 종의 학명을 붙일 때 라틴어로 그 속의 이름 다음에 종의 이름을 붙여 나타내는 명명법)이라는 식물의 명명 체계를 개발한 사람이다. 1753년 그는 북미 풍나무에 '리퀴담바스티라시플루아Liquidambar Styraciflua'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길고 음율이 아름다운 이름은 이 나무가 만들어내는 향기롭고 진이 풍부한 수액과 잘 어울린다(우리가 호박이라고 부르는 보석은 이 나무의 수액이 화석이 된 것이다). 아즈텍 인들은 풍나무 수액을 약재나 향으로 사용했다. 원시 부족에 대해 연구를 한 에이미 피터슨과 타운센드 피터슨에 따르면, 아즈텍 지도자들은 정복한 부족에게 보석에 음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물을 요구했는데 특히 풍나무 숲 근처에 사는 부족들에게는 풍나무 수액을 요구했다고 한다(155쪽).
나무를 안아보았나요
조안 말루프 저/주혜명 역 | 아르고스 | 200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