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인심 좋은 이웃, 양버즘나무
Sycamore
흔히 플라타너스라고 부르는 양버즘나무는 나에게 친숙한 나무다. 어린 시절 나는 양버즘나무의 나무껍질에 코를 대거나 두 팔을 벌려 부둥켜안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심심할 때면 양버즘나무 위에 올라가 가지 사이를 옮겨다녔다. 나에게 양버즘나무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37쪽).
양버즘나무는 미국 동부에서 가장 큰 나무이기도 하다. 이 나무는 둘레가 3미터에 키는 30미터에 달한다. 이들은 보통 500년 정도 산다. 나이가 많이 들면 양버즘나무는 밑동 부분에 큰 구멍을 만드는데 이 구멍은 점점 커져서 나중엔 아이들이 그 안에 들어가 요새 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이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40쪽).
양버즘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와 가축들의 우리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성인 남녀의 집이 되기도 했다. 가장 잘 알려진 양버즘나무 집은 샘과 존 프링클 형제의 집이다. (중략) 그때 이들이 발견한 것이 속이 빈 양버즘나무였다. 양버즘나무가 만들어놓은 나무 동굴은 추위와 더위, 인디언과 영국 군인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해줬다. 그들에겐 나무 동굴이 최고의 안식처였던 셈이다. 이들은 나무 안에서 무려 3년을 더 살았다(41쪽).
양버즘나무의 나뭇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옅은 얼룩이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녹색이 살짝 벗겨져 나간 곳을 자세히 보면 연한 노란색 얼룩이 보인다. 잎의 밑면에 있는 세포를 먹고사는 곤충 때문에 생긴 얼룩이다. 곤충들이 세포에서 엽록소를 벗겨 내서 먹어버리기 때문에 잎의 위쪽에 엷은 얼룩이 생기는 것이다.
양버즘나무에는 다른 나무에서는 살지 않는 다양한 곤충들이 살고 있다. 이 곤충 중 단연 아름다운 것은 버즘나무방패벌레다. 딱딱한 레이스로 만들어진 방패를 상상하면 이 벌레의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42쪽).
나는 양버즘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사는 아홉 마리의 곤충들을 알고 있다. 그 외에도 아마 내가 모르는 곤충들이 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양버즘나무 한 그루를 벨 예정이라면 어쩌면 그 나무 위에서 자신의 꿈을 찾게 될 아이 하나와 최소한 다섯 종의 곤충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ㅇ니식해야 한다. 어느 날 내 친구에게 이런 사실을 설명해주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나무는 환경을 이루는 한 요소가 아니라 나무 자체가 환경이구나."(44-45쪽)
나무를 안아보았나요
조안 말루프 저/주혜명 역 | 아르고스 | 200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