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나무 위에서의 하룻밤
Tulip Poplar
어린 시절 튤립나무(백합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와의 첫 만남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중략) 어느 날 가드레일에 올라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면서 무심히 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내 눈에 튤립처럼 생긴 녹색과 오렌지색의 꽃이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에서 자라는 튤립이라니! 그것은 마술이었다!(22-23쪽)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나무와 관련된 어린 시절의 추억에 대해 묻곤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정 나무에 대한 구체적인 추억을 하나쯤을 털어놓기 마련이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자신과 자연은 곧 하나라는 느낌에 대한 추억이다. 때로 이러한 끌림의 느낌은 너무나 강렬해서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당신이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넋을 잃게 한 그 나무의 이름을 알고자 했을 것이다(몇 년 후라도 말이다)(23쪽).
가장 잘 알려진 나무 지킴이인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은 아무 연습도 경험도 없이 이 일을 시작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레드우드 나무에 올라갔을 땐 혼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나무에 올라갔을 때는 혼자 위에서 2년 동안 머물렀다. 좀더 자세하게 이 일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동부 숲 보호 행동 캠프 Eastern Forest Defense Action Camp>를 찾아가보기 바란다(26쪽).
튤립나무는 어른 나무가 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린다. 그러나 다 자라 일단 꽃이 피기 시작하면 놀랍게도 튤립 나무는 200년 동안이나 꽃을 피울 수 있다. 각각의 꽃은 열 개 정도의 건강한 씨앗을 만들어낸다. 한쪽 긑에 날개가 달린 씨앗들은 가을에 땅에 떨어지면 잠든 채로 싹이 틀 때까지 7년을 기다린다. 단, 그 사이에 새와 다람쥐의 먹이가 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튤립 나무 씨앗을 유난히 좋아하는 작고 빨간 참새처럼 생긴 홍관조를 조심해야 한다. 홍관조는 나무 아래 흙을 부리로 파헤쳐 씨앗을 찾아내는 데 선수다(27쪽).
생태학자인 나는 태양 빛과 나뭇잎의 엽록소, 꿀과 씨앗, 벌과 꽃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관계가 참 흥미롭다. 생태학자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집'이라는 의미이다. 나는 자연이라는 나의 집에 대해 좀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한다. 자연에는 배울 것이 너무나 많이 깨문에 생태학자인 나는 자연 앞에서 점점 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28쪽).
나무를 안아보았나요
조안 말루프 저/주혜명 역 | 아르고스 | 200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