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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과 솔직함의 차이

 

'나는 양쪽 어깨에 짐을 진 것 같은 느낌이다. 지성의 장래를 생각하면 보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PSV 에인트호번 감독 입장에서는 키 플레이어인 지성을 놓아줄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잠시 후 네덜란드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히딩크 감독이었다.
"지성, 너는 성인이니까 네 앞길을 선택할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훌륭한 구단이다. 좋은 기회지. 하지만 유명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우리팀에서처럼 경기마다 선발로 뛸 수 없을 것이다. 자칫하면 벤치에만 앉아 있다가 계약 기간이 끝날 수도 있다. 그래도 가고 싶은가?"
놀랍게도 히딩크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나서 내가 고민했던 것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좋은 기회다. 하지만 자칫하면 경기에서 뛰지 못하는 반쪽짜리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차마 '그래도 가고 싶습니다'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었다. 대신 나는 히딩크 감독에게 되물었다.
"감독님 생각은 어떠세요?"
"에이전트가 보내려는 것이 아니라 네가 가고 싶다면 나는 허락하겠다."
그러나 이미 내 결심은 서 있었다. 가겠다. 가서 부딪쳐보겠다. 도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다. 언제나 도전했고 결국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55).

 

"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가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요?"
수원공고 2학년 때부터 나를 보살펴주고 이끌어준 이 사장은 내게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로, 어느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부모님과 히딩크 감독의 의견 못지않게 그의 의견도 중요했다. 이 사장은 말했다.
"성공하리라고는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 다만 한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네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만 한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믿는다."(56)

 

나에게 퍼거슨 감독을 만나는 것만큼 히딩크 감독과 좋은 모습으로 헤어지는 것도 중요했다. 내 축구 인생을 바꾸어놓은 스승 곁을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물며 그 사람이 섭섭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떠나기란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어렵다고 대충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정직하게 내 생각을 말하고 떳떳하게 허락을 받고 싶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을 반대했다면 왜 반대하는지 물었을 것이다. 그 이유가 타당하다고 여겨졌다면 히딩크 감독의 의견을 따랐을지도 모른다(56-57).

 

멈추지 않는 도전
박지성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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