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무 것도 없는 도전

 

평소 같으면 나 못지않게 기뻐하며 소리쳤을 이 사장의 목소리가 어딘지 이상했다. 가늘게 떨리는 음성, 직감적으로 '뭔가 큰일이 생겼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이 사장은 흥분을 억누르는 듯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성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맨유에서 오란다. 조건도 좋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오는 길인데 벌써 너에 대해 훤히 알더라."(4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구?' '맨유에 누가 있더라. 그렇지, 반 니 스텔루이가 있구나. 스콜스, 긱스, 그리고 솔샤에르... .'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6년 전 처음으로 올림픽 대표팀에 뽑혔다는 소식을 전화로 들었을 때와 똑같았다. 주위가 온통 하얀 안개로 뒤덮인 것 같았고 그저 멍한 느낌이었다.
차를 세워둔 헤르트강 훈련장을 거쳐 집까지 오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만은 분명했다. 그것도 엄청난 기회가!
기뻤다.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어쩌면 크게 한 번 점프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차올랐다(49).

 

그때는 잘 몰랐지만 퍼거슨 감독이 쓰는 스코틀랜드식 영어는 다른 영국 선수들도 알아듣기 힘들어할 만큼 '악명'이 높았다. 영어에 서툰 나를 배려해서였는지 퍼거슨 감독은 쉬운 단어를 골라 또박또박 끊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지성? 나 퍼거슨 감독이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나는 너를 정말 원하고 있다. 네가 우리 팀에 와서 잘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루드 반니스텔루이가 PSV 에인트호번 출신이라는 건 알지? 루드가 잘한 만큼 너도 우리 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기회니까 놓치지 말기 바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 번호로 전화해라. 대표팀 경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으로 간다고? 좋은 성과 있기 바란다."
퍼거슨 감독은 시종일관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마치 손자에게 말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를 듣노라니 벌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50-51).

 

멈추지 않는 도전
박지성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03월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