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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는 비가 올 거라더니

오늘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 붓는다.

어제보다 더 맹렬한 것 같다.

결국 잠에서 깼는데

엉뚱하게도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작년 우리 이사를 도와줬던 한 히스패닉.

 

우리는 한국 사람이 하는 이사업체에 전화를 한 건데

히스패닉 두 명이 같이 왔다.

한 명은 키도 크고 덩치고 좋고 나이도 젊고 사교적이다.

그 사람이 그 트럭의 주인이었다.

나중에 조금 친해지고 나니 자기가 트럭 산 이야기부터

그 트럭을 사서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무척 수다스럽게 다 늘어놓는다.

 

수다스러운 사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삶의 긍지이자 자랑인 것 같아 열심히 들어줬다.

트럭과 육체를 가지고 많은 식구들을 다 먹여 살리는 그 사람의 삶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문제는 그 사람과 같이 온 한 남자.

키가 160cm나 될까? 무척 작고 바짝 말랐고 나이도 적어도 쉬흔 이상 되어 보이는(일찍 노화한 걸 수도 있고), 힘에 부친지 말도 거의 없고 계속 땀을 흘리는.

아무리 돈주고 그 사람의 노동과 시간을 산 것이라지만

일시키기가 심히 미안해지는.

 

모르긴 몰라도 아마 불법체류자일 것이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일 것이다.

남의 나라에서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산다는 게 그런 것 같다.

 

그러니깐 하청과 재하청 관계인 셈인데

젊은 히스패닉 남자는 우리에게는 무척 사교적으로 친절했지만

그 남자를 대할 때의 얼굴 표정은 수시로 험상궂게 변했다.

 

"다음엔 나한테 직접 연락해. 그럼 내가 시간당 OO까지 해줄게."

우리의 이사는 나름 만족적이었기에 그 명함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그 나이든 남자와 같이 올까? 아마도 그 생각을 하다 잠을 깬 모양이다.

 

결국 미안한 마음에, 아니 고마운 마음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좀 과하게 팁을 줬다.

사실 히스패닉들이 한국 사람들 정말 싫어한다.

어떤 사람들은 92년에 흑인폭동 일어났던 것처럼

아마 히스패닉들의 폭동도 일어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암튼... 한국 사람 많이 사는 대도시로 간다고 할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한국 사람 조심하라."는 거였는데

아주 씁쓸하게도 그 말이 정답이라는 것.

 

그렇게 자기 배 불리고, 자기 자식들 배불리려고 물불 안 가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원성을 살 수밖에.

LA 한인타운을 차 타고 가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미 유대인들이 재미 다 보고 나간 뒤에 설거지하러 들어왔다가 '억울하게' 뺨 맞은 꼴이지 뭐.

 

지금도 재미본 (한국) 사람들은 이미 손털고 나갔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피라미드의 하부를 차지하는 많은 히스패닉들이 있다.

 

함께 공생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어떤 답답함이 느껴진다.

 

세 남자 중 나머지 한 남자는 바로 한국 남자이다.

그 사람 이야기까지 해야 세 남자 이야기가 완성된다.

 

한인 타운에서 만났던 몇몇 한국 사람들은

내가 봐도... 정말 너무한다, 같은 한국 사람인 게 부끄럽다, 할 정도로

가관이었다.

 

암튼 이 이야기의 최종편이라 할 수 있는 나머지 한 남자 이야기는 

기회가 되는 대로 다시 포스팅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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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llyman

    하여간 타국에 가 있으면서도 동포들끼리 그렇게 사는 거 보면 참 글터라구요. 그래도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사실 등쳐먹고 못되게 구는 게 뇌리에 더 확실히 남아서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 다 그래라고 하는 생각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2010.11.22 03:4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이러니깐 잘 사는 사람들이 다 욕을 먹지.' 싶더라구요. 암튼 그 뒤로는 교훈을 얻어서 한국인이 주인인 집은 절대 렌트를 하지 않게 되었죠. 살면서 최초로 욕을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미친.' 정말...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불쾌하고 부끄럽더군요. 우리야 그렇다쳐도 히스패닉에게 하는 작태를 보니. 인생이 불쌍했어요. 저런 인간들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것도 기분 나쁘고. 하긴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점잖 떠니깐 너네가 돈을 못 벌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으로서 품격은 지키고 살아야죠. 어느 순간에서건.

      2010.11.22 06:3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