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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엄마랑 화상 채팅.

 

사실 최근엔 너무 바빠서 매일매일 채팅을 못 했는데,

이번 주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매일 채팅을 할 수 있어 엄마도 나도 즐겁다.

 

이런 저런 이야기 도중 엄마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뭘 물어 보신다.

 

엄마: 딸, 그런데 엄마 노래 하나만 찾아줄 수 있어?

나: 무슨 노래인데요?

엄마: 이렇게 하는 거야. 들어봐. 몇 소절을 부르시다 수줍게 웃으신다. 생각처럼 잘 불러지지 않아서(우리 엄마 살짝 음치). 잠깐만.

잠깐 자리를 비우시더니 이내 노래 가사를 적은 메모지를 가지고 오신다.

노래 가사가 이래.

그 와중에 아빠가 끼어드신다.

아빠: 실은 어제 엄마랑 음반가게 갔었는데 점원이 조회해보더니 너무 오래 전 거라 없대.

엄마: 응.

 

우리 부부와 우리 엄마, 아빠의 공통점. 남자들은 '앵기는데' 여자들은 그걸 귀찮아한다. 정말 그렇다는 거는 아니고 뭐랄까? 장난스럽고 사랑스럽게.

 

엄마랑 채팅하는 중간중간 아빠가 얼굴을 내미시는데, 그때마다 엄마 얼굴에 아예 아빠 얼굴을 갖다 대시니깐 엄마는 귀찮으신 거다. 귀여워.

 

엄마: 들어봐. 가사를 불러주신다.

나: 잠깐만요. 엄마가 불러주시는 가사들을 적어본다. 그럼 제목이 OOOO인 거에요?

엄마: 응.

나: 기다려보세요. 인터넷에서 바로 검색해보니 노래가 있다. 이 노래 맞아요?

엄마: (일어나서 그쪽 스피커 볼륨을 키우며) 응, 이 노래 맞아.

엄마 얼굴이 순간 소녀같이 환해지신다. 웃는 모습이 아기처럼 밝다. 이 노래 맞아.

엄마가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하신다.

이때 아빠가 또 끼어드신다.

아빠: 옛날에 너 어렸을 때 네가 잘 불러주던 노래야. 아주 오래된 노래.

나: 그래요?(생각이 날리가 없다. 그러나 멜로디가 무척 익숙해서 한 번 들으니 따라부를 수 있겠다)

엄마: 역시 우리 딸밖에 없어. 고마워.

나: 엄마, 그럼 이거 엄마 홈피 배경음악으로 깔아드릴까요? 무한반복되니깐 질릴 때까지 들으실 수 있어요.

엄마: (반색을 하며) 그래줄래?

나: 간단한 일인 걸요. 노래 걸어놓은 다음에 아빠 핸드폰으로 문자 보낼테니깐 바로 들어가보세요.

엄마: 응.

그 와중에도 노래는 비지엠처럼 계속 흐르고, 엄마는 나랑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계속 노래를 따라 부르신다. 역시 여성들은 멀티 태스킹이 된다는 말씀.

아빠는 볼 일 보시면서 가끔씩 모녀의 대화에 끼어드시구.

아빠: 딸, 고마워.

나: 무얼요.

 

참 좋은 세상이다. 시공간이 다른 곳에 있지만 마치 옆에 있는 것 같다.

함께 같은 노래를 부를 수 있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

너무 귀했던 땡스기빙 데이 저녁.

 

엄마: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딸, 사랑해.

나: 나도 사랑해요. (나도 손으로 하트를 만든다.)

이때 화면 밖에 있던 아빠도 어디선가 재등장.

아빠: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아빠두.

그러더니 엄마 얼굴에 바짝 얼굴을 대시곤 엄마 옆구리를 쿡쿡 치신다.

한쪽 팔을 머리 위로 올리신다. 엄마도 반대편 팔을 머리 위로 올리셔서 큰 하트를 만드신다.

아빠: 엄마, 아빠가 우리 딸 많이 많이 사랑해.

나: 저두요. (나도 머리 위로 팔을 올려 큰 하트를 만든다.)

 

두분의 웃는 모습이 너무 해맑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우시다.

저런 분들이 어떻게 그렇게 강철같이 견고하게 20, 30, 40, 50대를 살아오신 것인지...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

 

좋은 부모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한 해를 돌아보며, 그리고 살아온 날을 돌아보며 가장 감사한 부분.

 

두 분이 딱 지금만큼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면 좋겠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딸이 지금보다 더 많이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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