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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4년 노르웨이의 포윈 선장을 포를 이용하여 사정거리 50미터 이내의 고래를 공격할 수 있는 작살을 고안해 냈다. 이 혁신적인 방법은 고래 사냥에 일대 혁명을 불러왔다. 이 작살이 고래의 살에 박히면 작살 끝이 별 모양으로 펼쳐진다. 그와 동시에 황산을 채운 작은 유리병이 깨지면서 화약에 불이 붙고 그것이 폭발함으로써 고래가 즉사하게 된다. 결국 이 작은 발면은 고래잡이의 수공업시대를 마감하고 산업화시대를 열게 했다. 곧이어 고래가 죽어서 물 속에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고래의 뱃속에 관을 집어넣고 압축공기를 불어넣는 방법이 개발되었고, 20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작살의 파괴력이 더욱 높아졌으며, 황산이 든 유리병이 시한장치로 대체되었고, 전기작살까지 만들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음파탐지기의 등장은 고리의 숨을 장소를 완전히 앗아가 버렸다(87).

 

상업포경 금지조치가 시행된지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포경 지지국과 반대국 사이의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싸움의 양대 중심축은 단연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 측에서는 아직도 고래가 멸종 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이 연구를 빙자하여 마구 고래를 잡는다고 맹렬하게 비난하며, 만약 이를 그만두지 않을 경우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일본 측에서는 자신들이 고래를 잡는 것은 순수한 연구활동이며, 고래의 이동과 먹이섭취 양상 및 오염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과학조사포경'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또한 고래의 멸종위기는 과장된 것으로 몇몇 종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수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고래가 지나치게 늘어난 결과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 사람이 먹을 생선들까지 다 먹어치우고 있으니 포경 규모를 확대해서라도 그 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지다(90).

 

사람들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며 자연을 지배하려 한다. 어장을 지키기 위해 고래를 줄이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애써 간섭하지 않더라도 생태계에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고래의 개체수가 늘어나면 고래를 잡아먹는 범고래의 개체수도 늘어날테고 바다는 나름대로의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사살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것은 고래가 아니라 이간이다. 인간은 과도하게 증가해 버린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바다의 산물을 지나치게 독점할 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페기물을 쏟아내어 바다의 생명럭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 물론 바다를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어서는 너무나 비대해져 버린 인간 사회를 도저히 부양할 수 없을 것이다. 바다의 생물자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대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오만을 버리지 않는다면, 주변 생물들이 영원히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생태적 재앙은 피할 수 없는 덫이 되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91).

 

현산어보를 찾아서 5
이태원 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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