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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여행중

[도서] 내 여자친구는 여행중

이미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행아'는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라는 부모의 염원이 담긴 이름이에요. 독특하고 예쁜 이름이죠?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 나쁜 짓은 못하고 살 것 같아요. 워낙 특이한 이름 탓에. 그게 강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흔하디 흔한 이름보다는 축복임엔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름... 정말 마음에 드는 거 있죠? 행복한 아이, 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행복을 주는 아이, 도 가능하잖아요? 여행하는 아이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냥... '걷는 아이'라고 의미 부여를 하고 싶었어요. 어쩌면 인생이라는 게 '걷는 행위'가 아닐까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여행 또한 따지고 보면 걷는 행위이구요.
인간과 동물을 구분 시켜주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걷는 행위'를 통해서 인간은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인간은 인간다워진 거죠.

암튼, 이 책은 행아의 여행기에요. 여행기라고도 할 수 있고, 소설로 읽어도 무방합니다.
이 책은 가벼워요. 그러나 아주 산뜻하고 깔끔합니다. 가볍냐 무겁냐가 어떤 작품을 평가하는 잣대로 무의미하다는 것을 입증해요.
말하자면 이런 거에요.
여기 좋은 이불이 있어요. 비단에 금침까지 하고 최고로 좋은 솜을 틀어 만든 이불이랍니다. 최고로 좋은, 엄청 비싼. 그런데 저는 이런 이불, 너무 부담스러워요. 너무 무거워서 짓눌리거든요. 누워 있으면 나를 위해 이불이 존재하는 건지 이불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에요. 그래서 저는 아주아주 가벼운 양모 이불을 선호합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쾌적하고 뽀송뽀송하고, 늘 한결같이 가벼워서 아주 편하게 잠들 수 있게 해주거든요.
이런 경우도 있죠? 디자인은 너무너무 좋아요. 그리고 OOO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랍니다. 그런데 이 옷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무겁다는 거에요. 이 옷을 입으면 어깨를 쫙 펼 수가 없어요. 키가 1cm는 줄어드는 기분이에요.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이런 옷은 대개는 1년 내내 옷장에 쳐박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누구에게 과시하기 위해 옷을 입을 때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개는 가벼운 옷을 선호하게  되더라구요. 글쎄 이게 저만 그런 건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저는 저를 짓누르지 않는 가벼운 옷을 선호합니다. 언제 입어도 산뜻하고 기분 좋은 옷.
이런 것들이 가벼움이 가진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무거워서 좋은 것도 있지만, 가벼워서 좋은 것들도 있는 법이죠. 무조건 무거워서 좋고, 무조건 가벼워서 좋은 게 아니라요.
이 책은... 가벼워서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책입니다. 그리고 아주 정직하고 솔직해요. 그건... 행아라는 인물, 그러니깐 작가가 구축한 캐릭터의 성격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 작가도 정말 그럴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담백하고 솔직해서 마음이 마구마구 가는 그런 예쁘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책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작가를 몰라요. 이 작가의 책도 처음이구요. 재밌게도 도서관에서 작가의 이름을 '이나미'로 보고 빌려온 책입니다. 이나미 씨는 잘 아시죠? '아니, 이 양반. 이런 책도 쓰셨나? 표지가 가벼운 건 어린 독자들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일까?' 뭐 이러면서 가져온 책이었는데... 결국 행운이었던 셈이죠. 덕분에 9월을 아-주 기분 좋게 시작했으니깐요.

어찌 보면 얼마 전에 읽은 <마이 짝퉁 라이프>와 다루는 건 비슷해요.
행아도 일을 해요. 공연을 기획하는 일인데, 돈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야근에... 성격 나쁜 사람들과 맨날 부딪혀야 하는 '노가다'입니다. 행아에게도 친구가 있지요. 김태희와 똑같은 이름을 가져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입은 걸지만 알고 보면 좋은 친구인 입사동기인 태희와 태희에게 매일 갈굼을 당하지만 꿋꿋하게 잘 버티는 착한 후배 은수. 그리고 남자친구도 있어요. 문제는 이 남자에게 이미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건데... 이 남자가 우유부단한 건지 어쩐 건지 두 여자 중 한 여자를 선택하지 못해요. 그래도 마음이 떠나지 않으니 행아는 고민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냥 남자친구라고 하기엔 사연이 너무 많은 친구도 있지요. 학부 때 한동안 행아를 외사랑했던, 행아가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을 땐 이미 사랑을 단념한, 엇갈린 관계, 그래서 그냥 '친구'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렇게 이야기하면 결국 큰 틀은 비슷해 보이잖아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너무너무 상큼하고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샐러드 같아요. 신선하고 좋은 재료에 '비법 소스'를 쓴.

1. 여행서로 읽어도 좋아요. 여행서로 읽었을 땐 이 책은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를 아우르는 여행기가 됩니다. 그런데 여행을 하는 사람이 두 명이고 여러 가지 형식의 글들이 혼용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아요. 그리고 여행은 무조건 좋아야 하고 뭔가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요. 어떤 작가들은 여행을 종교처럼 신봉하는 광신도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요.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숙소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들도 결국은 여행인 거잖아요. 여행 갔다고 본전 뽑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강행군을 하지도 않구요. 피곤하면 낮에 자기도 하구... 일정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마음대로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하지요.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소개해주는 곳에 가보기도 하구요. 이런 모든 것들이 모여 여행이 됩니다. 여행서로서 이 책이 가진 특이점이라면 사진 대신 그림을 사용했다는 거에요. 처음엔 낯설어서 어색했는데, 그림과 어우러진 일러스트는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해줍니다. 이미 갔던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그 곳의 영상이 떠오르겠죠? 이런 차별화, 성공적인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2. 소설로 읽어도 좋아요. 사실 이 책은 여행지에서 일어난 일의 비중과 여행을 떠나기 전 일상의 비중을 거의 동일하게 다루고 있어요. 여행이라는 것을 일상과 동떨어진 어떤 것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일상 중의 하나로 보고 있는 거죠. 일상과 여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그렇잖아요? 우리가 여행을 간다고 해서 일상과 완전히 단절되는 건 아니죠. 일상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완전히 단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 작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쓸데없는 판타지나 로망을 남발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각박하고 현실적이지도 않아요. 정직하고 솔직해요. 하지만 읽는 동안 마음이 조금씩 착해지지요. 꿈을 꾸게 만들구요. '그래,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지.' 인간이라는 종족을 향해 가졌던 불신들을 걷어내게 해줘요. 
3. 걷는 우리. 우리는 걸으면서 성장합니다. 여행을 통해서 일상을 통해서.
이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성장기라고 볼 수 있는데,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그냥 흐뭇하고 좋아요.
이런 친구나 후배가 한 명쯤은 있죠?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그런 친구요. 행아가 그래요. 일 때문이든 사랑 때문이든 가족 때문이든 삶에 지친 분들, 지친 정도가 아니라 아주아주 찌들어버린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글쎄...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건 아니라 100% 장담은 못 하겠지만, 이 책이 좋은 처방전이 될 분들이 분명 있을 거에요. 그리고... 당신의 삶을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우리는 아직 여행중. 그리고 아직 성장중. 그래서 아직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거에요.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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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eunbi

    행아 뜻이 좋군요. 전 어릴적 부르던 '형'에 대한 말인 줄 얼른 생각했었더랬습니다...
    미나... 나미... 좋게 생각해보면 또다른 인연이요 섭리일련지도 모르죠. 이렇게해서 한 작가를 알게되었으니까요. 인생이란 어쩌면 이런일의 연속 같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11.09.05 23:3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저도 좋았어요.
      문제는... 이런 오독이 종종 있다는 거. 너무 바빠서 그런 것도 같구...
      그래서 한글로 된 책을 많이 읽긴 하는데, 한글과 점점 멀어져서 그런 것 같아서 가끔 슬퍼요.

      2011.09.06 02:10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