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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늑대 파랑

[도서] 큰 늑대 파랑

윤이형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SF 형식을 비롯한 장르문학의 형식을 차용한 작가의 의도는 알겠는데, 그리고 몇몇 부분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도 사실인데,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낮은 단계의 퍼즐을 푸는 듯한 느낌이다. 조금은 단조롭고 식상하고 뻔해서 살짝 지루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긴장감도 호기심도 부여하지 못한다.

독자가 작품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재미일 것이다. 그게 작품성이든 감동이든 순수하게 엔터테인먼트적인 재미나 즐거움이든 말이다. 긴장감과 호기심을 적절히 부여해서 독자들이 끝까지 작품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능수능란한 작가들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윤이형의 작품은 조금 아쉽다. 좋게 말하면 아주 릴랙스한 상태에서그러나 이것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작품이란 의미는 아니다읽을 수 있는 작품이긴 하다. 작가의 속도에 맞춰서 느긋하고 천천히 읽을 수 있다면, 간간히 숨어 있는 재미들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엔 독자들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졌다는 게 문제다. 비트들이 점점 빨라진다. 속도도 호흡도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게 쏟아져 나오니깐 어떠한 것도 신선하거나 새로움을 주지 못한다. 해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오히려 이러한 시대의 새로움은 전혀 낯선 어떤 것을 발견하는 데서 찾기보다는 익숙하고 잘 알고 있는 것을 깊숙이 혹은 다른 측면에서 들여다보는 데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래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내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윤이형이 차용한 장르 문학의 형식은 새롭다고 하기엔 이미 낡았다. 낡은 것이 반드시 진부하고 재미 없는 건 아니지만 작가의 의도는 일정 부분 실패한 것 같다(물론 이러한 평가는 세대마다 달라질 것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것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인색해지겠고 그렇지 않은 세대들은 참신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항해>이나 <큰 늑대 파랑>에서 파랑의 캐릭터는 꽤 인상적이고 작품의 몇몇 장면은 매우 강렬하다. 특히 <큰 늑대 파랑>의 마지막 장면은 일본문화가 수입되기 전인 90년대 중반에 접했던 원령공주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 또한 역으로 말하면 어디선가 이미 본 이미지이기 때문에 그 강렬함이 반감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윤이형은 아마 여기서 평가가 갈리게 될 것 같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 때문에 작품의 재미가 증폭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래서 재미가 반감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덧붙임] 그런데 더욱 애매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문학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 작품일수록 작가로서 윤이형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책의 후반부에 실린 로즈가든 라이팅 머신이나 같은 경우는 장르문학적 요소가 다른 작품에 비해 적게 드러나는데, 이런 작품들은 정말 밋밋하다. 어떤 매력도 찾을 수 없다. 아마 윤이형 작가도 참 고민이 많지 않을까 싶다. 장르문학적 형식을 순수문학에 차용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유효기간이 짧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독특함을 지우면 작가로서의 매력이나 특별함이 급격히 상실된다. 작가가 선택한 다음 노선이 궁금하다. 아마 거기에서 많은 부분이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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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이 리뷰 쓰고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결국은 원령공주를 보고 잤다. 그러니까... 보자... 한... 14-15년 만에? 오랜만에 새벽까지 영화를 봤더니 다시 어려진 기분. ^^

    2011.10.02 07:5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unbi

    원령공주라... 큰 늑대 파랑... 꼭 무협지에 나오는 늑대 청랑 같습니다...^^

    2011.10.02 18: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무협지도 읽으시는 군요. 이래서 제가 가끔 성별이 헷갈린다니깐요. ^^

      2011.10.03 08:25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이 리뷰만 보면 이 소설집을 전혀 읽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좀 걱정이 된다. 리뷰를 쓸 때도 내내 고심했던 부분인데... 사실 이 작품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킬 만한 그 무엇이 있다. 그게 뭐라고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나는 이 작가의 다음 작품집이 기대된다. 그것까지 읽고 나서야 작가에 대한 내 입장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을 듯.

    2011.10.03 14:15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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