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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하도 많이 해서 배에 복근이 생길 지경이다.

 

웬만해선 약을 안 먹는데

이번 감기는 워낙 심해서

결국 항생제까지 먹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는 기침이 발작적으로 심해져서

정말 죽을 지경이다.

 

하긴... 이젠 기침을 할 힘도 없다.

이미 기침으로 복근까지 생길 정도니...

 

오늘도 저녁은 투고한 음식으로 적당히 '때우고'

침대에 누워 골골 대며 책을 읽었다.

지금 읽는 책에 실린 김애란의 작품이 사랑스럽다.

이런 후배라면... 아마 참 예뻐했을 듯.

 

김애란은 이런 글도 참 잘 쓰는 구나,

예쁘다... 하다가...

 

아픈 와이프 때문에 덩달에 침대에서 작업 중인 남편에게

몇몇 구절을 읽어주다가...

(예전 연애할 때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라...

'그때 기억나?' 뭐 이렇게 시작해서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실실 기운 없는 가운데도 웃으면서 하다가...)

 

어떻게 와이프가 계속 기침을 해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일만 하고 있냐고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부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서 또 찡찡 거리다가...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 거다.

 

아주 어릴 때도 지금처럼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살았다.

지금이나 그때나 가장 힘든 건 기침감기인 것 같았다.

 

밤새 기침 하느라 잠도 못 자고 있으면

엄마가 결국 큰 불을 켜고 (애기 때는 취침등만 켜 놓고 재웠다)

주방으로 나가서 설탕물을 타 오신다.

 

그리고 수저에 조금씩 설탕물을 떠서

입 속에 넣어주시는 거다.

 

"먹어. 단 설탕물이야. 이거 먹으면 기침이 멎을 거야. 그럼 자자."

 

설탕물을 다 마시면 다시 베개에 눕히시곤

엄마가 이마에 손을 얹고

낮은 목소리로 기도해주시는 거다.

 

엄마의 기도하는 목소리는

어린 시절 내내 참 익숙했을 뿐더러...

어른이 되서도 힘든 고비마다 생각이 나곤 했다.

 

그렇게 엄마가 떠주는 대로 홀짝 홀짝 설탕물을 마시고 나면

신기하게도 기침이 멈추는 거다.

(그건 아직도 신기하다.

어떻게 설탕물을 마시면 기침이 멎지?)

 

괜히 또 눈물이 핑 돈다.

 

왜 또 울어? 또 장모님 생각나?

내가 어렸을 땐 말야... 엄마가...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꿀물을 타왔다.

 

설탕물보다 더 좋은 꿀물이야.

 

그러곤 티스푼에 조금씩 떠서 입에 넣어준다.

 

이제 됐어? 기침이 좀 멎는 것 같아?

음... 아직은 잘 모르겠어.

너 지금 완전 귀엽다. 정말 애기 새 같아. 난 엄마 새 같구.

어디 가서 그런 말 하면 돌 맞아.

진짜로 예쁜데.

 

남편 눈이 또 반짝반짝 빛난다.

흠흠.

 

생각해 보면 그 때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더 어렸을 거다.

나는 그때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아직...

그 설탕물을 잊지 못한다.

 

그럼 정말... 감기 때문에

복근 같은 건 안 생길 것 같은데.

 

역시... 아플 때 가장 생각나는 건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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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flows1

    저도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벌써 몇년이 되었지만 종종 생각이 나요..후회도 많이 되고 죄송하기도 하지요..지금은 벌써 그 아픈 세월들이 많이 지나고 좋은 날이 오고, 웃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지요..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냐만..그래도 아픈 날은 지나가고 또 새로운 웃을 수 있는 날들이 오더라구요. 힘내세요

    2012.02.08 16:4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초저녁에 잠을 자서 그런지 잠이 안 와서... 요즘 저는 마커스 워십을 많이 듣는데요... 그대로 신앙 고백인 것 같아요. 음... 그런 건 극복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평생 같이 가는 것 같아요. 그림자처럼.

      2012.02.08 17:25
  • 스타블로거 쎄인트saint

    설탕물, 꿀물이 없으면..그저 따뜻한 물이라도 자주 드세요..기관지가 건조해지면..마른 기침이 자주 나와서..가슴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나중에 등,허리까지 울려서 아프지요..참..등을 따뜻하게 하셔야해요..전기핫팩 있으시면..잠깐씩 뎁히세요..얼릉 나으시구~^0^

    2012.02.08 18: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그렇지 않아도 좋아하는 커피도 며칠 때 삼가며 따뜻한 물만 마시고 있어요. 커피 마시려다 직장 동료한테 혼났어요. 처음엔 왠 오버? 왜 남의 일에 간섭하지,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애정이겠더라구요. 방법상의 문제는 있겠지만. 빨리 나아서 커피 마시고 싶어요. ^^

      2012.02.09 00:13
  • 스타블로거 쎄인트saint

    녹차보다도..커피는 오히려 입안을 건조하게 해줍니다. 며칠전 TV에서 나온 것 잠깐 봤는데..면접을 보러가서 목소리가 좋게 나오게 하기위해선..따뜻한 물이 최고라고 하더군요..발음도 정확해지고, 목소리도 맑게 나온다구요..음성,파장 분석기까지 동원해서 설명해주더군요..목소리보다도..기침을 잠재우셔야..기운을 더 뺐기지 않게 됩니다. 이번주에 감기 뚝~!! 떨어트리시길~~^0^

    2012.02.09 09:21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