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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부터인가? 자기 전에 남편이 동화책을 조금씩 읽어준다.

지금껏 읽은 책들을 보면...

하이디, 소공녀, 보물섬, 작은 아씨들... 정도가 될 것 같다.

 

근데... 읽다 보니 점점 좋아지는 거다.

 

가장 좋은 건... 성우 뺨치는 남편의 목소리.

하이디와 세라, 에이미의 목소리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거다.

우리 남편 닮은 딸이라면 너무 예민하고 까탈스러워서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라, 남편 닮은 딸이라도 무척 사랑스럽고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드는 거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는.

(몇몇 장면은 녹음까지 해두어서 심심하거나 우울할 때 일부러 듣기도 한다.)

 

물론 이젠 나이가 있으니 어릴 적처럼 맹목적으로 동화 속 인물들을 좋아할 수는 없다.

자꾸 비판하고 분석하려고 하니깐.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빠져들고 그럴 수는 없는데...

그래도 되도록이면 그냥 이야기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의외로 남편도 좋아한다.

농담처럼 자기는 가방끈이 짧아서 (이상하게 형제 중 남편만 유치원을 못 나왔다.)

동화 같은 건 하나도 아는 게 없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주 열심히 읽는다. 완전 몰입해서.

 

2

"이러다 너 동화책 세트 사는 거 아냐?"

"아니, 나 그럴 돈도 없어. 한국 통장에 돈이 점점 줄어드는 걸."

"돈이야 여기서라도 부치면 되지."

"아니야, 그러다 보면 복잡해져. 그냥 한국에서 번 돈은 한국에서, 여기서 번 돈은 여기서 쓰는 게 좋아."

"내가 장담하건대 너 조만간 동화책 살 거다."

 

그러던 차에... 시공사의 "네버랜드 클래식" 세트를 발견한 거다.

이 시리즈의 장점이라면 (아직 안 읽어봐서 정확한 평가는 불가능하지만)

원서를 다이제스트가 아니라 완역했다는 것.

그리고 원서의 원화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

(예를 들어 <비밀의 화원> 같은 경우 원화를 그린 타샤 튜더의 그림을 그대로 실었다. 와우.)

 

3

어느 날 퇴근후 산책하다 남편에게 네버랜드 클래식 세트 샀다는 걸 이야기했다.

"무려 40권이야. 한 권이 보통 300쪽 정도 돼. 원서를 있는 그대로 번역했거든."

"헉! 그것도 내가 다 읽어줘야 하는 거야?"

"그럼 좋지, 뭐."

"어, 알았어."

한참 걷다가... "한 권이 300쪽 정도 하면 넉넉 잡아 한 권을 한 달씩 읽는다 치고... 40개월을 읽겠다. 멋지다."

"오, 정말. 적어도 40개월 동안은 심심하지 않겠다. 한국서 빨리 오면 좋겠다."

"그러게."

"오빠가 맨날 '나는 너의 욕망을 욕망해.' 그러잖아. 나도 그런 거야. 직접 당하니깐 황당하지?"

"험... 암튼 40개월 동안 40권의 동화책을 읽고 나면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같은 책도 쓸 수 있겠다."

"와우, 그럼 난 저작권료 받는 남편 만나 유한 부인 되는 거야?"

"물론."

"오, 멋진 걸. 진짜로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작품만 쓴다면 대박이지. 돈을 떠나서."

"노력해보지." (겸손함이 없다. 자긴 뭐든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는 이 남자의 자신감.)

"그래. 그럼 그거 다 내 덕분이다."

"당연하지."

 

4

40개월 후가 기대되는.

우리 남편이 정말로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작품을 쓴다면

네버랜드 클래식의 공도 일정 부분 있는 거다.

그럼 책은 시공 주니어에서 내야 하나? 하하. ^^

 

 

네버랜드 클래식 (전39권)


시공주니어(전집) | 201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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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eunbi

    동화처럼 사시는군요. 행복함이 느껴집니다...^^*

    2012.04.10 18:0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간혹 잔혹동화가 되기도 하지요. ^^;
      우리 남편은... 뭐랄까... 고양이 같아요. 하핫.

      2012.04.11 00:37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은비님, 오랜만이에요. 정말 반가워요. 신기한 게... 은비님 생각하면 꼭 들려주신다는. 오홋, 이것의 정체는 텔레파시? ^^

      2012.04.11 00:38
  • 탄산고양이

    동화를 읽어주는 남편, 동화 같아요~^0^/ 전 지금도 <피터팬>과 <나니아 연대기>랍니다. 런던 하늘과 마녀, 잊을 수 없도록 강렬한 인상이었죠.

    2012.04.13 01: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낭만푸우

      자발적인 건 아니구... 왜... 아플 때나 잠 안 올 때 옛날 이야기 좀 해줘, 자기는 아는 게 없다는 거에요. 책과 거리가 멀게 산 유아기를 보내서. 암튼, 그래서 책을 사서 읽어달라고 한 건데, 그건 본인도 아주 즐겁게 하더라구요. 재미난 시간이에요. 불면증 해소나... 악몽에서 벗어나기, 등등에도 도움이 되는 듯 하구. ^^;

      2012.04.13 01:36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