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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모든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시장에 뛰어들다보니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그래도 어느 세계에나 처음 시작한 선구자는 있는 법, 벌써 303권째를 맞이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세계문학전집' 시장의 길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형만한 아우 없다고 아직까지는 가장 굳건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저는 약 180권 정도 가지고 있는데(사서 선물한 거는 제외하고 소장하고 있는 것만), 작품으로서의 가치나 의의로 고른다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추억이나 취향이라는 측면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베스트 3을 꼽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3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2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맨처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나왔을 땐 이 낯선 판형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이건 요즘까지도 불만으로 제기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그래서 초기엔 크게 마음이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책 살 때 1+1 등의 사은품으로 준 몇 권의 책은 있었지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안 하다가, 결혼하고 바로 미국으로 왔어요.

외국에 살아본 분들은 알겠지만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이 있거든요. 그래서 한국어로 된 책들을 한국에서 조금씩 구입해서 가져오기 시작했는데 (일년에 평균 600-700권 정도씩 책을 구입한 것 같아요. 그중 100권씩은 꾸준히 도서관에 기증했구요. 나같이 모국어가 그리운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결국 그것이 문화의 힘, 국가의 힘이 되는 거니깐.) 암튼... 그때 미국에서 제일 먼저 읽게 된 책이 바로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었어요.

제가 살던 집에 이 책의 영문판이 있어 먼저 읽고 반해서 구입을 했는데 영어로 읽는 거랑 한국어로 읽는 건 또 다르니깐 완전 몰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이후 송병선 씨가 번역한 책은 믿고 읽게 되었죠.

 

대개가 다 그렇겠지만 저도 한국에 살 땐 거의 싸움탉처럼 살았어요. 워낙에 한국은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심지어 일주일에 5일을 밤샘한 적도 있고, 손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리면 큰 일 나는 사람처럼 언제나 핸드폰을 들고 다닌 것 같아요. 왜 그러다보면 환청처럼 핸드폰이 벨소리가 들리잖아요. 핸드폰 진동도 느끼고.
뭐 그렇게 살다가... 미국 와서 핸드폰 없이 약 1년을 살았거든요.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호숫가 집에서 <월든>처럼 살면서 그동안 못 읽던 책을 실컷 읽었어요. 그 집엔 텔레비전도 없어서 할 게 책읽기밖에 없기도 했지만요.

암튼, 그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는 처음 읽은 책이 <콜레라 시대의 사랑>인데 거의 소파나 침대 위에서 이 책을 읽었어요.
그러면서 이 판형에 반하고 말았죠. 누워서 읽기에, 느긋하고 편하게 읽기에 참 좋은 판형이었습니다. 그 뒤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죠.

 

내용은 이야기 안 해도 다 아시죠? 심지어 연애 영화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세렌디피티>에서 연인을 이어주는 매개물로 사용되었던 책도 바로 이 책입니다.
실제로 <콜레라 시대의 사랑> 발렌타인데이에 가장 많이 선물한 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랑의 열병을 콜레라의 전염성에 비유한 이 소설, 연인들을 위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If this book comes back into your life, then we’re destined to be together.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송병선 역
민음사 | 2004년 02월

 

콜레라 시대의 사랑 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송병선 역
민음사 | 2004년 02월

 

 

2위.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개인적으로 미셸 투르니에를 참 좋아해요. 김화영 선생님의 번역도 좋아하구요. 불어로 된 좋은 작품은 거의 다 김화영 선생님이 번역하셨다고 봐도 무방한데 미셸 투르니에도 그렇습니다. 미셸 투르니에를 너무 좋아해서 산문집을 비롯한 국내에 번역된 거의 모든 작품을 다 소장하고 있는데, 몇 권을 빼곤 거의 다 김화영 선생님 번역이예요.
미셸 투루니에+김화영의 조합은 매우 이상적입니다. 저로서는 제가 좋아하는 두 명의 남자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쁨이 있으니깐요.

 

이 책은 18세기 고전으로 꼽히는 대니얼 디포의『로빈슨 크루소』를 비틀어 쓴 소설인데요... 곳곳에서 투르니에식 유머와 위트가 숨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진지한 사유와 절제된 문장들 속에 묻어나는 위트와 유머. 사랑에 빠지실 수밖에 없을 거예요.
존 쿳시의 <포> 역시 로빈슨 크루소를 비틀어 새로운 시각으로 쓴 이야기인데 소설 경우 화자가 여성이라는 점이 새롭습니다. 이 세 작품을 함께 보신다면 색다른, 하지만 즐거운 독서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미셸 투르니에 저/김화영 역
민음사 | 2003년 11월

 

 

1위.

아모스 오즈, <나의 미카엘>

 

전작을 모두 읽게 되는 제가 사랑하는 외국 작가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아모스 오즈입니다.

 

이스라엘 최고의 작가 아모즈오즈의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나의 미카엘>은 1956년 수에즈 위기 전후를 무대로 한나 고넨과 미카엘의 사랑 이야기와 결혼 생활을 그린 소설로서 심오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갖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이자 아름다운 서정시로서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줄것이다.

 

이 책의 책소개인데요... 이 책 역시 거의 결혼 초기에 읽었는데, 한나와 미카엘에 자꾸 우리 부부가 겹쳤던 기억이 납니다. 미카엘이 우리 남편을 참 많이 닮았거든요. 공부하는 남자. 사교적이지도 않고 감정 기복도 크지 않고 좋으나 싫으나 한결 같은 사람. 그래서 엘리트주의다, 사람 가려사귄다는 오해도 받지만 알고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밖에 모르고 그거 하나만 파고드는 그런 남자.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사랑은 무슨 색일까?'를 생각해봤던 것 같아요.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내 바람은 내 사랑이 투명한 색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색. 물처럼 별 맛 없지만, 물처럼 시원하고 담담하고 차갑고 따뜻하고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사랑 이야기예요. 아주 편안한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둘이 함께 있어도 쓸쓸하고 허전할 때는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욕조 속에 몸을 푹 담근 것처럼 아주 편안하고 편안하고 편안한 그런 느낌. 그런 담백한 사랑 이야기랍니다. <나의 미카엘>은.

 

나의 미카엘

아모스 오즈 저
민음사 | 199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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