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사람 소리보다는 악기 소리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주로 연주곡들만 듣는데,
Ian Bostridge의 우아한 목소리에 반하고 말았다.
정말 멋지다. 지적인데다가 잘 생기기까지...!
이 사람, 이력도 특이하다.
철학을 전공했고, 역사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리고 30대의 '늦은' 나이로 성악을 시작한 거다.
좋은 것을 보거나 듣거나 대할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슈베르트나 겨울나그네, Ian Bostridge를 대할 때마다 생각나는 건
바로 엄마다.
슈베르트 : 겨울 나그네 - 이안 보스트리지, 안스네스
Leif Ove Andsnes 연주/Franz Schubert 작곡/Ian Bostridge 노래 | EMI | 2004년 10월
엄마가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던 기억.
특히나 보리수를 참 좋아하셨는데...
엄마가 학교 다닐 때 말야... 엄마가 좋아하던 음악 선생님이 계셨는데 말야...
뭐 이런 식으로
보리수에 얽힌 엄마의 추억도 듣고,
아, 나도 나중에 크면 엄마처럼 멋진 사랑을 해봐야지, 그런 생각도 했던 거 같다.
겨울나그네를 머릿속에 상상해보기도 하구...
엄마가 살짝 음치라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별로 안 좋아하셨는데
엄마가 이 노래 흥얼거리는 건 어려서부터 참 많이 들었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안스네스와 낸 겨울나그네 앨범과 피아노 소나타와 가곡 앨범을 선물로 해드렸는데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소녀처럼 기뻐하시며 "요즘은 매일 이것만 들어."하시던 엄마 얼굴도 떠오른다.
그땐 정말 가난한 유학생일 땐데
나와 엄마를 위해 Ian Bostridge의 앨범을 사고 참 행복했던 것도 생각난다.
지갑은 텅텅 비었지만 마음만은 부-자가 된 기분.
그래서 그 뒤론 땡스기빙 데이 전후해서 겨울엔 내내 그 앨범들만 듣고 살았는데.
엄마가 살아계시다면
엄마, 그... 음악 선생님 이야기 또 해주세요, 이러면서
어깨라도 주물러 드리면서 같이 들어도 좋을텐데...
요즘 같은 계절이면 부쩍 엄마 생각이 더 난다.
하늘나라에서도 그렇게 좋아하시던 겨울나그네를 듣고 계실까?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와 가곡 -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이안 보스트리지
Leif Ove Andsnes 연주/Ian Bostridge 노래 | EMI | 2007년 0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