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골 신기록을 갱신했다. 메시는 이번 시즌에 스페인 정규리그 59, 유럽 챔피언스 리그 11, 대표팀 경기 12골 등 총 91골로 시즌을 마감함으로써 세계 프로축구 사상 시즌 최다골 기록을 수립했다. 필드 골도 페널티킥 골도 잘 넣고, 양발을 잘 다루며 작은 키에 헤딩 골까지 잘 넣으니 재능있는 선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메시의 능력을 칭찬하기 바쁘다. 나는 메시의 능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스페인 정규리그 골 기록에 관한 한 메시의 신기록을 도운 구조적 요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경기 중계권 계약 구조가 다른 리그와 다르다. 예컨대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리그 사무국이 중계권을 관리하는 반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각 팀이 알아서 중계권 계약을 한다. 그래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FC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강팀(=인기팀)은 서로 중계하려고 경쟁을 벌이다보니 중계권료가 아주 높게 책정된다. 반면 약팀(=비인기팀)은 아주 헐값에 중계권 계약을 하게 된다.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우승팀과 꼴찌팀간 중계권 수입차는 2배 정도에 불과하지만, 프리메라리가의 경우는 무려 10-20배에 달한다. 중계권료가 거의 유일한 수입원인 하위권팀에게는 커다란 타격이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중계권 운영을 경쟁에 맡겨버려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치 신자유주의 정부가 경쟁보호부문으로 관리해오던 전기, 통신, 대중교통 같은 분야를 사기업에 맡겨버리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은 정확히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따라 자신의 임무를 시장화해버린 것이다. 약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해제해버리고, 능력에 따라 살아남는 것이 선이라고 여기며, 강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바로 그 논리 말이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는 이념적인 이유뿐 아니라 뭔가 뒷거래(정치적, 금전적 보상 같은)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됐건 스페인 프리메가리가에서 처음으로 중계권 계약이 시장에 내맡겨졌을 때 당시 강팀이었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중계권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고 중계권 수입으로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 두 팀은 이른바 수익과 승률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었던 반면, 다른 팀들은 손실과 패배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좀더 쉽게 말하자면 부익부 빈익빈이다. 팀간 격차는 현격해졌고, 이론적으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이길 팀은 없어졌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만이 프로팀 수준이고 다른 나머지 팀들은 대학팀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메시나 호날두가  다른 팀을 만났을 때 골을 넣기 쉬운 것은 당연하다.

  스포츠팬이 강자나 강팀에 매료되는 것은 현실에서 많은 것을 갖지 못한 데 대한 보상심리일 수 있다. 강팀이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고, 강자가 계속해서 골 신기록을 갱신하는 것을 보면서 발라버려!”를 외치고 쾌감을 느끼는 것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기보다는 결국에는 단순한 자기애가 아닐까? ‘관람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스포츠란 게 원래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런 목적이라면 강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의 결정이 현명한 것일 수도 있을테니.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