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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은 내가 대학 새내기였던 때야.
1974년에도 애들이 태어났다니...!
교수님들이 어이 없어하며 실소를 하곤 했었는데,
내가 바로 그 말을 할 나이가 된 건지.
"1993년도에도 애들이 태어났었단 말야? 말도 안 돼!"

1993년은
내가 새내기였던 해이고 (그래봤자 만으로 겨우 18살짜리. 그땐 내 삶이 참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18살이었더라구. 돌아보니)
남편이 동사무소 옥상에서 얼차려를 받으며 일명 "동방"을 하던 해이고
너랑도 연관이 많은 김연수 작가가 시인으로 등단한 해이기도 해.
어때. 좀 실감이 나니?

백일사진이나 돌 사진은 많이 봤을 것 같아서
나는 네가 태어나던 날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그땐 이렇게 책에다 직인을 찍었었어. 신기하지?
5천원이면 책 한 권을 살 수 있었구.

근데 좀 이상하지?
네 법적 생일은 분명 12월 3일인데
넌 12월 1일에 벌써 세상에 있었구나. ^^;
엄... 엄마나 아빠한테 어떻게 된건지 물어봐.

암튼, 내가 기억하는 너의 첫 모습이야.





보이지? '문학동네 산문집 1'이라고 쓰여 있는 거.
소설은 몰라도 산문집 중에서는 첫번째 책이라는 거야.
어때?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너의 첫 날.

나무 같이 쑥쑥 잘 자라라고 내가 좋아하는 우리집 자몽나무에서 찍어 봤어.
나무들은 살아서도 몇 백, 몇 천 년을 살지만
주목나무 같은 경우는 죽어서도 천 년을 산다잖아.

너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몇 천년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신기하면서도 경건해지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너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주목나무처럼
눈과 비, 바람에도 의연했으면 하구.



기억나니? 봄에 새파랗던 걸 사진 찍어 보여준 적이 있는데.
두 계절이 지나면서 저렇게 잘 익었어.
저 상태로 중력을 거스르며 계속 달려 있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게 바로 살아 있는 것들의 의지가 아닌가 싶기도 해.

왜...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콜필가 나오잖아.
미국의 60년대가 50년대와 다를 수 있었다면 그건 콜필드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거야.
그런 사람들의 용기.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올 수 있는 걸까?
나는 네가 그런 청년이 되면 좋겠어.
스무 살이 되었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어른들의 보호 속에 살지 않는다는 뜻이고,
기성세대와는 다른 너의 견해와 관점과 생각과 사상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해.

스무 살 청년의 패기와 열정과 가치와 믿음으로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이 사회를 네 이상대로 변화시키렴.
그게 바로 스무 살의 특권이라 생각해.

멀리서나마 지켜보며 늘 응원하고 격려할게.




자, 이제 이 글을 끝맺을 때가 되었으니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볼게.

12월 3일을 기념해서 123쪽.
참, 네가 태어났던 날 서울의 날씨는 눈도 비도 없이 포근했대. 약간 흐리기는 했지만 영상의 기온이었구.

하하, 여기도 유리겔라 이야기가 나오지?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던 유리겔라를 여기서도 언급하는 걸 보면 그 초능력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꽤 쇼킹했던 모양이야.

그런데 이 작가는 왜 이 황당무계해보이는 유리겔라의 주장에 공감하게 된 걸까?
궁금하지 않니?
그럼 이 책을 꺼내 봐.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너의 최초의 모습이니깐. ^^

1993년에도 애들이 태어났구나...!
스무 살 생일축하해.
(하하, 그러고 보니 네가 일곱 살 때 나온 김연수 작가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스무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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