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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결혼기념일엔 이런 저런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

 

결혼하자마자 유학생활이 시작되어

학생 때는 돈보다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주로 했다.

예를 들어 공원에서 노숙자들에게 음식 나눠주기 같은 것들.

 

둘 다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엔

매달 조금씩 돈을 모아서 그 해 결혼기념일에 의미 있는 기부를 해왔는데,

올해는 두 군데에 1500불(약 150만원)을 보냈다.

 

한 군데는 미국 남부에 있는 단체인데

문맹인 흑인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미국 같은 경우, 인종별로 최종 학력에 차이가 많이 난다.

히스패닉이나 아프리칸 아메리칸(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경우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중도에 이탈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가정과 학교에서 이탈된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마약에 손을 대거나 갱이 되는 건데

그런 식으로 약물 중독이나 총기 사고 등으로 죽는 청소년들도 상상 이상이다.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친다는 것은 문맹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이들을 가정이나 학교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전단계라는 의미도 있고,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소망을 작게나마 지피는 계기를 만든다는 의미도 있다.

 

이 단체의 취지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 기부를 했다.

 

또 한 군데는 에티오피아.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학교를 짓는 일에 함께 참여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싶어도

학교가 없으면 더 이상 공부할 수가 없다.

따라서 초등교육이 고등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짓고,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교원을 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에 우리는 대학교를 짓는 일에 함께 했다.

 

미국 돈으로 천 불, 한국 돈 백만 원은 큰 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 돈이 에티오피아에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귀하고 크게 사용될 수 있다.

 

올해가 결혼 8주년이었는데

해마다 기부하는 금액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뿌듯하다.

10주년엔 뭔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지 시간이 날 때마다 남편과 상의하고 있다.

 

그밖에도 소소히 하는 일은

도서관에 책 기증하기.

 

이것도 미국에 오는 해부터 쭈욱 해오던 일이니

꽤 오래 지속하고 있는 일 중 하나다.

 

책이란 단순한 물질 이상의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와 사상,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 도서관에 한국 책이 있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한국 사람들이 적게 사는 곳이라면 모국어로 된 책을 손에 쥔다는 의미가 남다를 수 있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면 또 그 자체로 '한국 문화'의 위용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외국 도서관에 한국어로 된 책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한국의 지경을 확장한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일부러 좋은 책을 두 권 이상 구입하기도 하면서

꽤 많은 책을 도서관에 기증하고 있다.

지금껏 기증한 책만 해도 약 500권 정도가 될 것 같은데,

'민간 외교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에게 하는 책선물도 많지만,

도서관에 기증하는 책은 불특정 다수가 모두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고.

 

그밖에 올 해 유달리 기억나는 건 두 가지이다.

첫 째는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구호금을 보낸 것이고

두번째는 해나를 돕기 위한 모금에 참여한 것.

 

필리핀 구호금 같은 경우는 오히려 필리핀 이민자들의 참여율이 가장 저조했는데, 그 이유는 자국 정부가 부패했기 때문에 이것이 이재민들에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 '좋은 일', '선한 일'이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한 자기 만족 이상의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해나는... 그야말로 기적처럼 잘 자라주기를 바랐는데, 여러 사람들의 후원과 염원을 뒤로하고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한동안 참 마음이 아팠는데, 많은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니 그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 흘러넘칠 거라고 생각한다. 해나와 같은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경제가 어렵다보니 사람들의 마음도 점점 강팍해지고 여유가 없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는 것 같다.

일회성으로 끝낼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고.

 

작은 불꽃 하나의 힘은 미약하지만

그 연약해 보이는 불꽃들이 모여 큰 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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