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라지가 뒤에 있어서 주로 뒷쪽 문을 이용한다.
메일박스를 확인하는 거 외에는 현관을 이용할 일이 없는데,
요즘엔 혹시 한국에서 편지라도 온 게 있나 싶어 메일박스 체크를 열에 일곱은 내가 한다.
근데 그때마다 항상 현관 앞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박스들.
우울증을 쇼핑으로 달래는 남편 때문에 현관 앞에 박스가 없는 날이 없다.
손바닥 만하게 작은 것부터 내 몸이 들어갈 만한 큰 박스까지 사이즈도 다양하다.
어제도 아침부터 여기저기 다니고 저녁 늦게 들어와 혹시나 뭔가 온 게 있나 싶어 메일박스를 체크하러 나갔더니
현관 앞에 산타 할아버지 선물 같은 박스들이 수북하다.
아, 아, 남편님하. 이건 좀 아니잖아.
들고 온 박스들을 잔뜩 올려놓았는데
남편이 그 중 하나를 내게 내민다.
뭔데?
뜯어봐.
씨익 웃는 표정이 '나 잘 했으니까 칭찬해줘'고양이 같은.
뜯어 보니 저 아이들이 나왔다.
우왕, 안 그래도 아이언맨 피규어가 갖고 싶어 레고 슈퍼 히로 세트 사려다가
생각해보니 11월, 12월 두 달 동안 산 레고들 가격만 해도 어머어마해서
자제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머금고 내려 놨었는데,
그걸 봤었나 보다.
힝, 감동 감동.
이렇게 슈퍼 히로 피규어들만도 파는 구나.
우왕, 우왕.
갑자기 기분 좋아졌다.
우리 남편은 아홉 개 잘못 하고 하나 잘 해서
평생 예쁨 받고 사는 스타일.
그래서 아홉 개 잘 하고도 하나 잘못해서
맨날 미움 받고 사는 남자들 보면 참 불쌍하다.
암튼, 덕분에 어깨춤이 덩실덩실.
그치만 개봉은 25일까지 미루는 걸로.
성탄절날 크리스마스 예배 드리고 와서
뜯어 봐야겠다.
홍홍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