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을 보고
남편이 머리를 깎겠다고 해서 한인타운에 갔다.
한국 사람들이 머리를 잘 만져서 외국 사람들도 한국 미용실을 많이 이용한다.
암튼, 남편 순서 오기 기다리며 오랜만에 한국 신문을 봤는데
한인타운에 있는 한국 서점 중 한 곳이 경영난을 못 이겨 폐업하게 됐다는 기사가 올라온 거다.
그래서 폐업 정리 세일 중이라구.
안 그래도 알라딘 서점 들어온 걸 알고 그게 크거나 작게
도서관이나 서점들에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팔면 돈이 생기니 도서관에 기증하는 책이 적어질테고,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데가 생겼으니 기존 서점들은 압박을 받을 게 분명하다.
세련되고 큰 체인 서점들이 생기면 중소 독립 서점들은 어려워지는 게 당연.)
아무래도 기존 서점들이 어려움을 겪나 보다.
그렇다고 모든 원인을 알라딘 서점에 돌릴 수는 없다.
크게 보면 경제가 어려워진 게 가장 문제인 거고...
기존 서점들이 예전 방식을 고수한 것도 원인이라면 원인이니깐
알라딘을 모든 잘못의 원흉으로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암튼, 그래서 남편 머리 깎고 들려봤는데
모든 책을 한국 정가의 50%에 팔고 있었다. 심지어 이 가격에 세일즈 텍스까지 포함된 거니
사실은 더 싸게 파는 거다.
(참고로 미국에선 1달러=천원의 환율로 해서 한국 정가의 두 배로 책 가격을 상정한다.
그러니깐 한국에서 정가가 만 원인 책은 미국에서 20불에 판다.
거기에 캘리포니아의 경우 9%의 세일즈 텍스가 붙으니깐
만 원 짜리 책을 약 22불에 사는 셈이다. 그걸 감안하면 저 가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서점을 했다는데, 경영 악화로 문을 닫는 주인 심정을 헤아리면
드러내놓고 좋아할 수도 없는 상황.
조용 조용 다니면서 시집과 오래되어 구하기 어려울 것 같은 책 위주로 골랐다.
처음엔 몇 권만 사고 나오려고 했는데, 남편이 이것도 생일 선물로 자기가 사주겠다고 해서
시집들은 거의 눈에 띄는 대로 다 가지고 나왔다.
총 22권.
졸지에 책탑을 쌓게 됐다.
저걸 얼마에 구입했는지 알면
아마 눈물이 앞을 가릴지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지만,
뜻하지 않게 한국 책들을
많이 선물받게 되었다.
어쨌든 책을 최대한 빨리 다 팔아 현금을 많이 확보해야
뭘 하든 할 수 있을테니
많이 사주는 게 돕는 거라 생각하며
양껏 사가지고 왔다.
에효, 그래서 올해는 딱 500권만 사자는 계획도 지키지 못하게 됐다.
현재 539권.
남은 날 동안에라도 절대 더 사지 말아야겠다.
시를 찾아서 (정희성)
공놀이 하는 달마 (최동호)
짜라투스트라의 사랑 (김영현)
옥수수빵파랑 (이우일)
들창코에 꽃향기가 (김광림)
바다로 가득 찬 책 (강기원)
탁자 위의 사막 (강문숙)
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 (정영선)
방목시대 (홍윤숙)
환상통 (김신용)
오른손잡이의 슬픔 (정일근)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1: 일제 시대 시인, 요절·월북시인
나는 역사의 길을 걷고 싶다: 참언론인 송건호의 생각과 실천
의자놀이: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청춘의 사신: 20세기의 악몽과 온몸으로 싸운 화가들 (서경식)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유)
왜 날 사랑하지 않아? (클레르 카스티용)
엄마와 분꽃: 이해인 동시집
늙은 산 (장용철)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최종천)
동시 동화 작법: 아동문학론 (이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