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남편은 매일 야근을 했다. 자정 넘어 집에 들어오는 그의 몸에선 냉장고 깊은 곳에서 홀로 썩어가는 된장 냄새가 났다. 슬프지만 외면하고 싶은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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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따윈 들어오지도 못할 만큼 짧은 잠을 자고, 새벽 여섯 시, 남편과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낮 시간은 너무 바쁘다. 지난 밤의 상상을 이어갈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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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은 소문을 만들고 소문은 진실을 만든다. 의심과 소문과 진실의 삼각형에 갇힌 채 그는 결백을 주장하고 나는 더러운 손톱을 자근자근 씹어 먹는다. 열심히 돈 모아 작은 전셋집이라도 얻으면 아이부터 갖자고 말하며 소주 한 병도 다섯 번에 나눠 마시던 안쓰럽고 애달픈 사람. 그런 그가 어쩌다 더러운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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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죠. 주변인 탐문하면 모두들 그 사람 칭찬만 한다고. 나는 그게, 용의자가 위선적이거나 뭐, 용의주도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에겐 그냥,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는 겅요. 그렇게 생각하면 간편하죠.
“왜 그랬다고 생각해, 아줌마는?”
“내가 어떻게 알아!”
견고하던 목소리가 와장창 깨져 산산조각 났다. 내 안에서 터져 나온 그 소리를 주워 담느라 열 손가락 모두 상처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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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악역을 자처했듯 그 역시 악역을 감수했다. 반드시 그래야 했다. 무자비해지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모두 이해한다는 행동. 전부 내 탓이라는 포즈. 아무 일 아니라는 기만. 상처를 극복하겠다는 허세. 그건 다 사치였다. 그런 가식으론 그 누구도 위로할 수 없었다. 우린 서로를 물어뜯어야 했다. 당신은 진짜 나쁜 인간이라고 욕해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가 의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다는 사실에 이를 악물었다. 사실, 사실 말입니다를 강조하던 경찰의 말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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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의심을 만들고 의심은 진심을 만든다. 의심이 먼저든 소문이 먼저든 진실의 자리는 언제나 맨 끝이다. 사람들은 의심과 소문을 함부로 버무려 진실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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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라는 인간이 아니라 내 남편인 그를 믿는다. 이것은 정당한 믿음일까.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는, 언제나 신중한, 모난 구석 없고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던 사람. 지나치게 평범한 그가 내 눈엔 너무 특별해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진짜에 가까운 사람이 내 남편이라는 확신. 그것 하나로 모든 가난과 피로와 불행을 견뎌왔다. 그러니까 그를 믿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