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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라 그런지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잘 안 쉬어서 그런지 결국 몸살이 나고 말았다.

전반적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졌는데 계속 소화도 안 되고, 근육통까지 동반되어 온 몸이 다 아팠다.

영어식으로 표현하자면

My whole body aches!

 

딱 이렇게 아팠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도 굶고 아픈 아내도 굶기는 거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줄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결혼한 지 10년째인데 가사 노동은 전혀 분담하지 않은 걸 이럴 때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편이 아플 때 아내들이 온갖 정성을 다해 챙기고 간호해주는 것과는 아주 상반됐다.

우리 남편 같은 경우 죽을 쒀주긴 하는데 말이 죽이지 그냥 흰 밥에 물 많이 넣고 팔팔 끓여서 가져오는 정도.

 

생각해보니 너무 억울하다.

 

나: 아내가 아프면 죽이라도 해줘야지. 뭘 먹어야 약이라도 먹을 거 아냐.

남편: 난 할 줄 모르잖아.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알려줘.

나: 오빠 검색 잘 하잖아. 모든 정보들을 비교 분석해가며 찾는 사람이 죽만드는 거 검색 하나 못해? 마음이 없으니깐 못 하는 거지. 오빠가 정말 할 맘이 있었으면 100개의 자료라도 검색했겠다.

남편: (듣고 보니 할 말이 없다. 다 맞는  말이니깐) 어... 미안.

나: 냉장고에 전복 사놓은 거 있어. 그걸로 전복죽 해봐. 난 오빠 이 아플 때 맨날 죽 해줬잖아. 심지어 오빤 입맛도 까다로워서 한 번 먹은 죽은 다신 안 먹어서 매끼 다른 죽 해줬잖아. 안 그래?

남편: 어. 근데 냉동실? 냉장실?

(이 남자는 정말 입으로만 살려고 한다. 남자들은 이게 문제.)

 

그리고 1시간쯤이 지나 남편이 전복죽을 만들어왔다.

예쁜 그릇에 담아오면 좋으련만 냄비째 그대로. (아, 다른 데는 엄청 센스 있는 사람이. 집안 일은 절대 안 하겠다는, 이건 내 영역이 아니라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물론 자기는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만. --;)

 

 

기력이 없고 보양식이 필요할 때 가장 생각나는 게 전복죽이다.

제대로 하려면 껍질이 있는 전복을 사다가 잘 씻고 내장도 분리해내고 그래야 하지만,

그런 게 엄두가 안 된다 싶으면 손질된 전복을 사도 된다.

 

껍질이 붙은 전복을 샀을 경우

보통은 내장을 버리는데,

기호에 따라 내장까지 넣은 죽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 쌉쌀한 맛.

하지만 내장을 넣으면 색깔이 예쁘게 나오지 않고

내장색이라는 게 식욕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를 위해 만드는 요리라면 내장을 빼는 쪽이 낫겠다.

 

먹기 좋으라고 남편이 전복을 아주 잘게 썰었다.

 

 

이 경우에도 아주 쉽게 만들었는데,

사실 전복을 손질해 참기름을 넣고 볶다가

거기에 흰밥을 넣고 물을 부어 물이 어느 정도 줄어들 때까지 끓인 거다.

 

그러니깐

죽을 만드는 정통 방법은 아니지만,

아내들은

남편이 이 정도 정성만 보여줘도 감동한다.

 

혹은, 아직 신혼 초라 음식 만들기가 힘든 '새댁'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죽집에서 사가는 것도 좋지만,

음식은 만든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니깐

아내가 아플 때

아내를 위해 전복죽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건 내 생각인데,

이가 안 좋거나 씹는 게 힘든 환자의 경우는

전복의 흰살만 썰어서 죽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껍질 쪽의 검은살은 딱딱해서 씹기가 불편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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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여보, 내가 여보 주려고 <삼시세끼 레시피북> 샀다. 이거 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요리의 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되라구.
    남편: 어, 잘 했어.
    나: 정말?
    남편: 응. 나 사실 반성 많이 했어. 너 아플 때마다 굶기잖아. 밥에 물 말아주거나. 나도 미안한 마음이 있어.
    나: 우리 결

    2015.09.17 13:30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