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시집이나 시인이 있을 때마다, 혹은 내가 잘 모르는 시집이나 시인이 있을 때마다 자문을 구하는 친구가 있다.
나랑 띠동갑인 호랑이띠 친구.
항상 잘 되길 바라고, 그 친구가 원하는 걸 이루길 늘 응원하게 되는 그런 친구.
소설가든 시인이든 비평가든, 본인이 원하는 무엇이든 되길 바라는 친구.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주고 받는 편지가 참 좋은 친구.
흰 눈 위에 찍힌 어린 새의 발자국처럼 아주 작은, 그러나 쌀알처럼 굳고 탄탄한 심지가 느껴지는 글씨를 한참이나 들여다보게 되는 친구.
그리고 편지의 내용을 거듭 거듭 읽게 되는 친구.
늘 진지하고 생각이 많은 모습이 내 과거를 보는 것 같아 애틋하고,
그래서 더 잘 되길 바라는 친구.
뭐니뭐니해도 늘 든든한, 호랑이띠 내 친구.
암튼, 얼마 전에 궁금한 시집이 있어서 (윤병무 시인의 『고단』) 물어보려고 연락을 했다가
서로가 좋아하는 시집들과 (그 친구는 고영민의 『공손한 손』이 좋았다고 했다), 최근 읽는 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뭐랄까. 그 날의 분위기가 마치 샹송 같았다.
겨울, 시, 정겨운 말들, 그리고 샹송.
짧은 소설처럼 쓴 글들이 마치 샹송처럼 읽혀서 퍽 따뜻했다.
그러다 그 친구가 요즘 주로 글을 쓰는 곳을 알게 됐는데,
거기서 처음 본 시가 이장욱의 「내일은 중국술을 마셔요」 였다.
『정오의 희망곡』에 실린.
희한하다.
이장욱의 시와 소설들을 참 좋아하는데,
왜 『생년월일』을 주로 읽은 건지 모르겠다.
정말 새까맣게 잊고 살았다.
왜냐고 물으면 설명할 길은 없는데, 그냥 그렇게 됐다.
그 시를 읽고, 이 시집을 떠올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이번 주는 생일이 있어서 일명 '생일 주간'이고
금요일날 휴가를 내서 여행을 다녀 올 계획인데,
생일이 든 한 주간 동안 이 시집을 손에서 놓지 않을 생각이다.
이장욱의 『정오의 희망곡』.
아마 한동안은 이 시집을 볼 때마다
샹송 같던 '그 날의 분위기'가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