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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9월 첫째 주 월요일이 노동절이다.

이번 여름은 왜 이리 정신이 없었는지 서점 한 번 여유 있게 가본 적이 없었다는 자각이 불현듯 들어 오랜만의 휴일에 서점을 갔다.

 

반스 앤 노블에 들어 가서 가장 먼저 받은 인상은 그 사이 스타벅스 매장이 커졌다는 것.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껏 간 반스 앤 노블 매장은 늘 스타벅스 매장과 붙어 있고, 그래서 반스 앤 노블 회원 카드로 스타벅스에서 할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책 매대 있던 공간에 까지 스타벅스의 테이블들이 들어 서 있다. 그 자리만큼 사람들이 차 있는 대신, 책들이 줄어 들었다.

 

서점의 현재 상황을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아 들어서자마자 씁쓸해졌다.

책 팔아서 남기는 이문보다 커피 팔아 남기는 이문이 훨씬 많을테니 어쩔 수 없다고 쳐야 하나...

 

오랜만의 서점 나들이로 풍선처럼 부풀었던 마음을 누군가 바늘로 콕 찌른 것 같다.

아주 작은 구멍이지만 피식피식 바람이 빠지면서 마음도 쪼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

 

그나저나... 책에 대한 정보 없이 막연하게 서점을 가니, 서점이 밀림이다.

 

평소 가던 코스대로 서점을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없다.

원래... 좋아하는 작가나 그 작가의 신간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그 책을 좌표로 해서 그 전후좌우로 반경을 넓혀 가며 책들을 구경하는데, 평소 가던 경로대로 움직인다 해도 그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눈뜬 장님이 되는 거다. 보이는 건 많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적다.

 

이제야 평소에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서점에 들어설 때 얼마나 막연할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서점에서 세우는 전략이 매대를 만들고,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책들을 전시하는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책들도 딱히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어, 그 사이 이 작가가 이런 책을 냈구나!' 반가운 책을 한두 권쯤은 발견할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없다.

 

이런 낭패라니... 서점 나들이가 예상과는 달리 즐겁지가 않다.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아마존에서 길을 잃는 것처럼 막연하겠구나.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결국 만만한 게 문구 내지는 굿즈들.

 

오늘 데려온 아이.

이 인어공주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오늘의 외출은 정말 최악이 될 뻔했다.

 

인어공주는 푸우처럼 아주 아기 때부터 좋아했던 캐릭터다.

어린 나이에 그 숱한 공주들 중 왜 인어 공주가 끌렸던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 인어 공주야 말로 진정한 사랑을 안다고 생각한 게 아닐런지.

 

암튼, 그래서 인어공주와 관련된 물건들도 보이는대로 거의 다 구입하는 편.

 

이건 원목으로 만든 연필이다.

 

 

이건 앨리스 인형.

베어 브릭처럼 브릭 타입의 캐릭터 인형인데, 머리가 큰 가분수로 만들어서 더 귀여운 듯하다.

 

서점 가서 책은 안 사고 문구만 사냐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변명처럼 말하자면 인어공주도 앨리스도 작품의 주인공이고, 그 주인공들로 만든 상품들이니 책에서 파생된 거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앨리스나 인어공주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제품을 살 리 만무하니, 이것 역시 책 사랑의 또 다른 방법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플래닛 북마크.

 

북마크의 세계도 참 다양하다.

언제 시간 나면 이것도 따로 한 번 포스팅을 하고 싶은데, 우주 역시 좋아하는 관심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주와 관련된 책이나 물건들도 닥치는 대로 사모으는 편이다.

 

이 북마크는 마그넷으로 되어 있는데, 일단은 냉장고에 붙여 놨다.

요리를 할 때마다 원대하게 우주를 꿈꾸리! ^^

 

농담처럼 말했지만 서점에 가서 책보다 책과 관련된 굿즈들을 더 많이 사는 걸 어떻게 볼 수 있을까에 대해 아주 잠깐이지만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됐다.

 

심플하게 보자면 '서점'이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이 된 것인데, 이걸 어떻게 평가할지는 사람마다 다를 테니깐.

 

일반 독자들이나 '소비자'들 입장에서야 '코엑스'처럼 굳이 공간을 이동하는 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한 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으니 좋은 셈이지만, '책쟁이'들 입장은 다를 수도 있으니깐.

 

이걸 '자연스러운 변화'로 볼지 여부도 이에 따라 달라질테고, 그래서 향후의 전망과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도 또 거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래서 책은 안 사고 엉뚱한 것들만 사가지고 왔냐 하면 그건 아니고...

재미질 것 같은 책 한 권을 사오긴 했다.

남의 나라 역사나 우리 나라 역사나 역사서는 늘 흥미롭다.

 

The Civil War as you've never experienced it before, through original, first-hand reportage of The New York Times, the country's newspaper of record.  Available for the first time in a unique book/DVD package

 

암튼, 오늘의 결론.

책에 대한 정보를 틈틈이 쟁여 놔야 서점 가서 길을 안 잃어버린다.

좌표가 될 책들을 만들어놔야 서점에 가서 자기만의 루트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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