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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 책 중 한 권은 『감자일기』. 앙리 쿠에코라는 프랑스 화가가 저자다.
원제는 'Le journal d'une pomme de terre'이다.


들어보지 못한 화가라서 찾아보니 신구상주의 Nouvelle Figuration 화풍에 속하는 화가이자 말라씨 미술 협동 조합Coorprative des Malassis의 창립 회원이란다.
구글링을 해보니 '호호할머니'처럼 생긴 할아버지인데, 이 양반이 감자를 그린 이유가 재밌다.

 

사실 '감자'는 정물화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 오브제다. 어떻게 보면 회화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소외당했던 사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흐 같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그리면서 그들의 처참한 현실을 표현하기 위한 소재로 감자를 사용하기도 하고, 감자 농사를 하는 농부들을 그리기도 했지만, 그 역시 감자 그 자체가 오브제는 아니었다. 단지 농부들의 실상을 보여주기 위한 소재였을 뿐.

그런데 이 양반은 주구장창 감자만 그려댄 거다. (물론 다른 것도 그리긴 했다. 작가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두 그림도 이 작가의 작품이다.) 일단은 이 사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한 거고, 그 말은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질 만큼의 눈과 안목과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거니깐. 그런 사람이라면 그냥 마음이 가고, 좋아진다.

 

『감자 일기』는 화가 앙리 쿠에코가 1988년 11월부터 1991년 9월 15일까지 아틀리에에 감자를 쌓아놓고 그것들을 그리면서 동시에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해 기록한 산문이다.
감자를 관찰하고 그리면서 쓴 일기인 셈인데, 장난기 넘치는 화가는 스스로를 감자에 빗대어 자신의 몸과 관능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한다.
몸, 몸이 풍기는 냄새, 몸이 느끼는 부분 등 몸과 몸을 둘러싼 것들, 그리고 몸의 생성과 소멸 과정 등 몸에 관한 것들을 자유분방하고 솔직하게 서술했단다.
이에 대해 이 책을 옮긴 번역자는 '우리 몸의 동물성—사랑을 나누는 몸—에 대한 예찬'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몸에 대한 이 솔직한 이야기는 그림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고찰이기도 하다는 게 번역자의 소견이다.

 

아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어쩐지 막 좋아지고 좀더 알고 싶어진다. 무려 4년 동안 감자를 관찰하면서 그걸 일기로 썼다니 그 자체로도 존경스러운데(곰도 백일 동안 마늘이랑 쑥을 먹고 인간이 됐는데, 이 정도면 감자도 인간이 될 기간 아닌가?), 심지어 스스로를 감자에 빗대어 몸에 대해 이야기했단다.


이 책 너무 기대된다. 빨리 읽어보고 싶다.
(그러고보니 이 양반 생김새가 감자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감자를 닮아서 감자를 관찰하게 된 건지, 감자를 관찰하다 보니 감자와 닮아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을 증명하려면 아무래도 후자로 해석하는 게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ㅎㅎ)

 

 

그러고보면 열림원에서도 참 좋은 책들 많이 나왔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윤기 선생이나 이청준 선생의 작품도 거의 다 열림원에서 출간됐었구...
이런 책들이 많이 출간되면 좋겠다. 책들도 쏠림현상이 너무 심하다. 아름다운 수많은 꽃들로 수놓인 넓은 초원처럼, 우리 나라 출판계에도 다양한 책들이 만발하면 좋겠다.

 

 

감자일기

앙리 쿠에코 저/김민정 역
열림원 | 200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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