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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LA 갔을 때

도서관 북세일에서 구입한 책들이다.

 

2주가 지났는데 계속 바빠서 손도 못 대다가

오늘에서야 정리를 하려고 꺼냈다.

 

총 51권.

 

사실 도서관 북세일에 나온 책들은

'도서관 책'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은퇴하는 책들이 많아서

수고한  책들이 편히 쉴 수 있게 집에 데려온다는 생각으로 구입하는데,

어떨 때는 전혀 읽히지도 않은 것 같은 새 책들이 북세일에 나오기도 한다.

작년이 그런 경우여서 많이 안타까웠는데

(도서관 후원회의 운영 주최가 아무래도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은데,

이걸 후원회를 나이 많은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올해는 손도 안 댄 것처럼 새 책으로 보이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책들이

덤핑처럼 대거 나오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차가 엄청 막히는 바람에

점심도 못 먹고 갔는데도

끝나기 10분인가 20분 직전에 겨우 도착했었던지라

올해는 여유 있게 갔는데,

생각보다 책들이 적었다.

 

책을 팔고 계시는 후원회 측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책들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단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북세일이 닥쳐서야 책을 모으는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그때그때 책을 모아둬야겠단 이야기를 하셨다.

 

내년엔 좋은 책들 많이 준비해둘테니 오라는 당부와 함께.

 

리스트들을 쭉 보면 알겠지만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권수와 상관없이 보이는대로 구입하는 편이다.

 

김소진이나 김연수 작가의 책도 그러하거니와

그런 식으로 같은 책이 다섯 권 이상인 경우도 허다하다.

 

여기서 안 팔리면 어두운 지하 창고 같은 데 있어야 하는데

그걸 차마 볼 수가 없기 때문.

 

이번에도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은 보이는대로 모두 다 구입했다.

 

아, 얼마 전에 읽은 이기호 작가의 작품이 너무 웃퍼서

(작가는 희화화 해서 되도록 가볍게 썼지만,

읽는 독자 입장에선 서글펐던 게 사실이다)

이번엔 이기호 작가의 작품들도 보이는 대로 모두 다 데려왔다.

 

내가 마감 2시간 쯤 전에 갔는데,

그때까지 판매한 금액이 3000불이라고 했는데,

내가 산 책들이 합계가 150불이다.

 

좋은 책들을 구입하는데 사용되면 좋겠고,

한국 사람들이 모국어로 된 책들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

그래야 예산도 꾸준히 책정되고

한국책들이 도서관에서 계속 살 수 있으니깐.

 

 

LA 갔을 때 리틀도쿄에서 구입한 토토로랑 함께 사진을 찍어 봤다.

 

저 아이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램프이다.

 

밤을 밝혀주는 Nightlight!

 

 

한 번 눌러주면 저렇게 배에 불이 들어 오고,

 

 

두 번 눌러주면 저렇게 우산에 불이 들어온다.

 

생각해보면... 책이라는 게 결국은 Nightlight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 돌아가시고 너무너무 힘들 때,

불면증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유령처럼 집안을 돌아다닐 때,

남편이 나를 위해 집안 곳곳에 Nightlight를 설치해줬다.

 

정직하게 말해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 Nightlight 때문이다.

 

칠흑같은 어둠 속의 작은 빛.

 

도대체 책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책을 사모으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게 어떤 의미냐?

요즘 같이 집은 커녕 자기 방 하나 구하기도 힘든 시절에

그렇게 많은 종이책을 구입하고 보관하는 건

지나치게 부르주아적인 취미이자 사치가 아니냐는 말까지 듣기도 하다보니

책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곰곰히 생각해보곤 하는데,

 

나한테 책은

Nightlight였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뭐랄까. 아무 캄캄한 숲 속을 지날 때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는 달 같은 존재.

설령 보름달이 아니더라도

머리 위에 달이라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안심하게 만들어주는.

 

내게 책은 그런 존재다.

나를 살게 해주는.

 

그래서 늘 고맙다.

말하자면, 책은 내 은인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은인의 노후를 책임지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해마다 은퇴한 책들을 맞이하러

긴 여행을 기꺼이 감수하는 걸 보면 말이다. 

 

 

도서관 북세일에서 구입한 책들

 

 

신도의 공동생활/ 성서의 기도서 (디트리히 본회퍼)
이준: 자연의 빛으로 엮은 추상
Hoon Kwak 곽훈
축제 Korean Festival
민들레꽃의 살해: 독일 대표 단편선
 
게공선 (고바야시 다카시)
붉은 수염의 야망 (임어당)
자유의 감옥 (미하엘 엔데)
장난감 도시 (이동하)
그 겨울의 끝 (이디스 워튼)

 

빈병  교향곡 (이강숙)
골그베르크 변주곡 (서준환)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마음도 쉬어 가는 고개를 찾아서: 한국의 대표 고개 기행 (김하돈)
담대하라, 나는 자유다: 허핑턴 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이 여성들에게 전하는 용기 있는 삶의 지혜

 

독재자: SF 환장문학 테마 단편선
2007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핸드 메이드 픽션 (박형서)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메뚜기의 하루 (너새네이얼 웨스트)

 

애틋함의 로마 (복거일)
마법의 숙제 (다니엘 페낙)
아름다운 의사 삭스 (마르탱 뱅클레르)
거리의 법칙 (러셀 뱅크스)
저녁의 구애 (편혜영)

 

검의 대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계속 해보겠습니다 (황정은)
13월 (전민식)
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 1990년대 한국단편소설선 (이남호 엮음)
브라스 밴드를 기다리며 (김인숙)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피에르 쌍소)
마법의 순간 (파울로 코엘료)
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나와 마릴린 (이지민)
좌절 금지 (이지민)

 

칼 (박상우)
암사자 (서기원)
사과는 잘 해요 (이기호)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장정일)

 

밤의 첼로 (이응준)
펠리데 (아키프 피린치)
뿌리와 날개 (이윤기)
프레셔스 (사파이어)
기차, 기선, 바다, 하늘 (이제하 소설전집 2)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조경란)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검은 나무 (이승우)
어두운 거울 속에 (헬렌 매클로이)

 

Embers (Sandor Marai)

King Solomon's Table: A Culinary Exploration of Jewish Cooking from Around the World (Joan N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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