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기업이 어떻게 그 자리에 이르고, 또 이를 지키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규칙 없음>이란 제목부터 도전적이다. 모든 것들을 직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행동을 규율하는 규칙들을 버린다는 것이다. 일반기업으로서는 쉽사리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그 직원들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인재들이다. 그들이 연봉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 이전에 시장가치를 감안해 업계 최고의 연봉을 제공받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넷플릭스의 위상을 살펴보자. 2018년 기술직 근로자들이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 ‘직원이 가장 행복한 기업’ 2위, 2019년 미국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기업’ 1위에 오른 회사이다. DVD 대여업에서 벗어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이며, 다양한 TV 프로그램과 영화의 판권을 사들여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제공했고, 나아가 직접 수준 높은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는 대형 제작자로 변신하기도 하였다.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고 시간프레임이 압축되는 시기에 지속적 혁신으로 성장해 온 대표적 기업이다.
넷플릭스 문화의 핵심은 '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이다. 지속적 혁신을 바탕으로 성장이 필요한 실리콘밸리에서 복잡한 규칙을 만들고 직원들이 따르도록 하는 방법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업계 최고의 연봉을 주고 뽑고, 재능 있는 인재들 사이에 솔직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각종 규정집을 하나씩 버려 통제를 줄여가면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관료주의적 형식주의가 설 땅은 없어 보인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에는 휴가규정, 출장비용 및 경비처리 규정 등이 없다고 한다. 휴가는 팀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본인이 알아서 가면 되고, 출장과 경비지침은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다섯 마디가 전부라는 것이다. 직원들을 통제하기보다는 동기부여(inspire)해야 하며, 가능한 모든 정보를 널리 공개하고, 공개적으로 잘못을 지적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원칙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에는 넷플릭스에는 최고의 능력을 가진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에게 최대의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혁신적 사고와 행동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과연 우리가 넷플릭스 문화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추구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었다. 이 책에서는 전제조건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비범한 동료들을 채용해 훌륭한 직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아야기한다.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 주는 것은 그만한 시장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다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솔직한 문화를 만들라는 것이다. 물론 상대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긍정적 의도를 가진 피드백이 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통제보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각종 통제를 줄여가야 한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면서 조직문화로 자리잡게 만들어 가라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스토리가 한편으로 부럽지만, 살아남는 기업이 되기 위한 비장함도 함께 느껴진다. 직원들이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려면 직원들에게 최대의 자율감을 주면서 동시에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시스템이 더 효과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평범한 직원으로 평가받는 순간 해고 통지서가 온다는 말이 행간에 숨어 있어 섬뜻하기도 하다. 많은 미국의 기업경영서가 이것이 답이라고 주장하는 형식을 취해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 책은 세계 최고기업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과 이를 실천하는 단계적 접근법, 그리고 이면에 있는 경쟁세계의 비장함이 동시에 느껴져 감명이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