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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도서]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오스카르 아란다 저/김유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범고래는 영어로 ‘killer whale’이다. 이름만 들으면 야생의 잔인한 살인마 같은 존재로 보인다. 정말 그럴까? 하지만 영화 <프리 윌리>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범고래는 바다에서 사람을 공격한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인간에게 학대당한 범고래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공연 도중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일이 있었지만 이는 예외적 상황에 속한다. 본래 그들은 야생에서 엄격한 사회 집단을 이루고 연대하며 살아간다.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생존이 아닌 목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죽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한 번 지어진 부적절한 이름으로 인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생물학자인 저자가 유쾌한 필치로 부적절한 이름을 받은 생물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등장인물로 네오팔마 도널드트럼피라는 야행성 나방이 있다. 머리에 노랑색 비늘이 있어 마치 트럼프 대통령을 닮아 그렇게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 나방이 이 사실을 안다면 당장 그렇게 부르는 것을 멈춰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말벌이 공격적이고 성질이 급하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저자는 열정적인 바다거북 보호 활동가로 널리 알려진 멕시코 출신의 생물학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17개의 동식물을 등장시켜 놓고 야생 동식물들의 뒷이야기를 전한다. 책장 깊숙한 곳에 사는 좀벌레부터 바다속에 사는 진정한 천재 문어까지 야생의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쓴 엉뚱하고 유쾌한 자연 에세이라고 하겠다. 특별한 과학적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동식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인간과의 관계와 특성을 가벼운 필치로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이야기 중에서 바다거북의 삶이 가장 놀랍고 신비롭게 다가온다. 새끼들은 모래 밑에서 부화한 뒤 팝콘처럼 쏟아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그들은 10년 이상이 지나야 어른 거북이 되는데, 그 동안 해류에 휩쓸려 다닌다는 점 외에 특별히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온다. 남대천으로 회기하는 연어 이야기를 닮았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고향을 기억할 수 있는지, 그 엄청난 거리를 헤매지 않고 찾아올 수 있을까? 생명의 신비와 함께 자연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야생의 동식물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왜곡된 시선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상관없이 나름대로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동식물과 인간간 교감의 순간들을 포착해 전해준다. 결혼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찾아왔던 부상당한 갈매기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눈빛”으로 교감하는 순간의 느낌을 전하기도 한다. 또한 훨훨 날아다니며 노는 듯한 나비가 사실은 격렬한 영토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고도 알려준다. 담담하게 읽어가면서도 자연이 주는 교훈을 배우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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