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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3일자 헤럴드 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당면한 위협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일단 폭풍이 지나가면 어떤 세계에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유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지난해 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내용 중 일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 같은 세계적 유행병은 발생 빈도가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재난과 안전 문제에 대한 세계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놨다.

첫째, 팬데믹이라는 재난은 나와 내 가족, 나아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일도 정부나 전문가만의 몫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일이 됐다.

둘째, 국방력·경제력 외에도 팬데믹에 대응하는 국가의 역량과 슬기롭게 대처하는 시민의식이 국가경쟁력을 가름하는 새로운 잣대가 됐다.셋째,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 첨단 과학기술과 융합돼 팬데믹을 효과적으로 예측·대비·대응할 수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이 세 가지 인식 변화를 잘 꿰뚫으면 지금의 위협을 극복하는 동시에 폭풍이 지나간 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세상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정부는 지난 2019년 2월 과학기술 기반의 안전사회 조성을 위해 재난안전 연구·개발(R&D) 투자 시스템을 혁신한 바 있다. 이후 재난안전R&D사업 기획평가관리 전문기관을 공모했고, 그 결과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재난안전R&D사업 전문기관으로서 행정안전부, 소방청, 해양경찰청과 협업 중이다.

재난안전R&D 업무 담당을 계기로 지난 6∼7월 수행 기업들의 현장을 방문했다. 해당 기업들의 기술은 향후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마 재난안전산업에 종사하는 다른 기업 상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동안 정부 R&D투자를 통해 과학기술을 활용한 재난안전 예측·대비·대응·복구 시스템이 많이 개발됐고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활용성이 검증된 국내 재난안전산업(시스템)을 국제 표준화해 선진국에는 수출을, 개발도상국에는 공적 개발 원조(ODA)를 통한 지원으로 재난안전기술의 한류를 도모하면 어떨까. K-팝(K-Pop)처럼 재난안전산업도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을 목표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또 다른 한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 전자 조달 시스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더는 개선이 필요 없는 수준(no further action required)’이라고 할 만큼 우수함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베트남, 몽골, 카메룬, 요르단 등 여러 국가에 전자 조달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또한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경험을 바탕으로 K-방역 모델인 ‘3T(Test-Trace-Treat)’를 국제 표준으로 제시하고 진단키트, 백신, 마스크 등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에 백신을 공급할 백신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침 우리나라는 지난 7월 2일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제 선진국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재난안전산업의 ‘한류’를 도모하기에 더없이 좋은 상황이다.

경험해본 적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 폭풍이 몰아치는 지금, 미래를 결정하는 지각변동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재난안전 시스템의 국제 표준화와 수출·보급을 통해 세계인의 안전을 책임지고 새로운 시장과 질서를 만드는 것, 지금이 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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