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은 제주말로 집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을 의미합니다. 마실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주 올레길은 산길(오름 올레), 바닷길(바당 올레), 마을길(마을 올레)로 구성되어 있고 꼬닥꼬닥 한 걸음씩 걸어서 가야 하는 길입니다. 올레길 걸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올레길은 쉬멍놀멍 가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올레길을 만든 분들의 생각을 올레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길이란 길어서 길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의 삶이란 그 끝을 향한 달리기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놀며 즐기며 보람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올레길은 코스가 길든 짧든 하루에 한 코스만 걸으라고 조언합니다.
제주 사는 분들이라면 모를까 오랜만에 마음먹고 비행기타고 온 저같은 사람에게 하루 한 코스는 너무 한가로운 이야기입니다. 체력적으로는 하루 한 코스는 너무 가볍고, 두 코스는 좀 무겁습니다. 이런 마음이 반영되어서인지 주말 이틀동안 평균 2.6코스를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좀 무리를 하는 것이 제주 다녀온 기분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레정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데 아쉬움이 생깁니다.
인생에 있어서 자연의 섭리나 시대정신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욕심을 좀내어 자기 뜻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좋은지는 항상 고민되는 문제입니다. 특히 한 기관을 책임지는 위치에 오면 재임기간에 큰 변화를 이끌어내고 성과를 내야겠다는 욕심이 커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내가 중심이 되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보다는 시대정신이나 자연의 순리에 맞게 나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커집니다. 먼 곳을 바라보아야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얻는 올바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올레길 걸으면서 올레 정신도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목표를 세워놓고 나를 몰아붙이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길을 생각해 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맞바람이 심하게 불면 코스를 바꾸어 바람을 등지고 가는 것이 좋듯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을 훈련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