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가깝고도 먼, “법(法)”
‘정성식’의 《같이 읽자, 교육법!》, 에듀니티, 2021.을 읽고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신대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삶 가운데 많은 부분은 법적인 근거에 따라 움직이는 활동이다. 교사의 일상을 이루는 법에는 ‘초·중등교육법’에서부터 최고법인 ‘헌법’까지 다양하다. 교사와 학생 간 이뤄지는 교육 활동의 내용과 형식에도 예외 없이 각종 법률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p. 15). 그런데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과 같은 교원양성기관에서 교직을 꿈꾸는 예비교사부터 학생들 눈만 봐도 학생들의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베테랑 교사까지 교육과 관련된 법(책에서 소위 ‘교육법’으로 묶어서 설명하는)에는 도무지 다가갈 기회가 없었다. 나 역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자는 일념으로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진학하여 어느덧 여섯 학기 째 공부를 하는 예비교사이다. 학부 교직수업으로 ‘교직실무’, ‘교육행정 및 교육경영’ 등 다양한 강의를 수강하였지만, 교사와 학교행정과 관련된 특별한 법 조항을 자세히 다루었던 적은 없었다. 최소한 내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정성식 선생님은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길러냈을 뿐만 아니라, ‘실천교육교사모임’의 회장과 교육부 초등교원양성대학교 발전위원 등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조직에서 여러 직책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이끌어 왔다. 그렇다 보니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교육법’에서 교육현장에서 교사가 실제로 마주할 법한 고뇌와 어려움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더불어 저자가 실제로 제기했던 민원의 내용과 그에 따른 법적 근거를 밝힌 부분에서는 마치 독자인 내가 실제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법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법’이라는 차가운 주제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지 않도록 저자는 친절하게 ‘법과 나’라는 주제로 책의 포문을 열고 있다. 여기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서 ‘학교와 교육법’이라는 주제로 교육과정, 수업 및 평가, 교권침해, 학교폭력 등 지난 십 수년간 우리 교육현장에서 민감한 이슈였던 주제들과 관련된 교육법을 살펴보며 교사가 어떤 교육을 펼칠 수 있으며 펼쳐야 하는지 설명한다. 마지막 세 번째 장은 ‘법과 교육’이라는 소제목으로 교육현장의 부조리와 불합리성을 조명하며 이에 대한 법률적 접근을 도모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모두 세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법에 있어서 문외한(門外漢)이라 할지라도 정 선생님의 서술 흐름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특히 두 번째 장은 현직교사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예비교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에 개설되어 진행되는 교육평가, 교육과정, 교육행정 등 교직과목의 대부분은 각 분야의 이론적인 내용과 실무를 다루기에도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각 분야와 관련된 법률조항까지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각 분야는 교사의 교육활동과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 없이는 교사의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예비교사와 현직교사 모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일 것이다.
또한 마지막 장은 교육과 교육활동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이해집단의 갈등에서 비롯된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그 문제들에 대해 교육법에 바탕을 둔 정 선생님의 제언이 덧붙여져 있다.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교육과 관련된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구든 삶의 궤적에서 최소한 한 번은 학교 조직에 발을 들여놓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누구나 거쳐 가는 공간인 학교에 어떤 사회적 문제가 매여 있는지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죽은 지성이라 했다. 故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이다”라고 말했다 (p. 404). 교육에 불만을 갖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불평만 할게 아니다. 법을 알고, 이를 몸소 행동으로 실천하자. 케케묵은 문제가 쉽사리 눈 녹듯 사라지기는 어렵겠으나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육법을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하다 보면 조금씩 우리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정성식 선생님의 《같이 읽자, 교육법!》이 그 초석이 될 것이다!
* ‘에듀니티’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